brunch

매거진 잡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희 May 01. 2021

보복소비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보복소비 경향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주요 백화점 매출이 상승했고, 명품과 같은 고가품 소비가 늘었으며, 몇 주 전에는 S사 명품 가방 구매를 위해 소비자들이 백화점 앞에 텐트를 설치하는 풍경이 펼쳐졌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억눌린 대표적 소비가 '여행'인데, 여행의 대체품으로 고가 명품을 택하는 현상이 의미심장하긴 하다. 일단 여행 자체가 뭉칫돈이 드는 활동인 원인이 가장 크겠지만, 현대인들의 여행이 소비욕, 과시욕, 진열과 정복의 욕망 등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생각해 볼 지점이다.   


나도 지난 겨울 우울 비스름한 게 찾아와 힘들었고, 그러고 보니 지난 몇 달간 카드값도 최고치를 찍었다. 나도 보복소비를 하고 있나 싶어 명세서를 훑어봤다. 그런데 청소기와 청소용품(로봇청소기, 전동 물걸레, 스퀴지, 세제)과 입욕제와 같은 목욕 용품 등을 이상할 정도로 많이 샀다. 내가 하는 집안일이 청소뿐이긴 해도 어째서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을 하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예전에 몇 개 글에서 나는 이렇게 쓴 바 있다. 


"나는 여행 짐을 쌀 때 일부러 헌 것들 위주로 챙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하나씩 버리는 재미가 있다." (2019년)


"좋은 여행을 위해서는 짐가방을 잘 꾸려야 한다. 나의 대원칙은 '무조건 작게, 가볍게 싼다'이다. 낡은 물건들 위주로 가져가 버리고 오는 경우도 많다. 기념품을 거의 사지 않기 때문에 여행에서 돌아올 때 짐가방은 떠날 때 보다 한결 가벼워져 있다."  ("코로나, 여행 그리고 교육"_2020년)


내게 여행이란 비우기, 버리기, 정화의 활동이다. 아무래도 그간 여행을 못 가서 쌓인 불만을 무의식적으로 청소와 목욕으로 풀고 있던 모양 ㅎㅎ 인간이란 참 재밌는 동물이다.


(2021. 3. 27.)

매거진의 이전글 애호박 / 겨울 강, 사랑, 자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