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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Apr 28. 2021

애호박 / 겨울 강, 사랑, 자유

2017년 12월 2일


(2017년 12월)

1.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 찡긋)”


이 말에 나처럼 피식 웃는 사람도 있고 불쾌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내 경우는 내 짝 혹은 남자사람친구에게 “너 그러다 맞는다” 같은 말장난을 하기 때문인지 저 말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와 북어를 비유하는 더러운 관용구가 떠올라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그게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유아인 씨의 의도를 단정하고 다짜고짜 ‘한남’ 같은 단어로 옭아매기보다 예의를 갖춰 의사표현을 했다면 상황이 저렇게 흐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치녀, 맘충, 페미나치 같은 말도 싫지만 개저씨, 한남 같은 말들도 자제했으면 좋겠다. 페미니즘이 자주 논점을 이탈하고 대중적 반감을 사는 모습들이 안타깝다. 


2. 

얼마 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말해주신 분 지인의 결혼 성공 스토리였다. 십수 년 전 이야기라고 했다. 여자가 자신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자, 남자는 엄동설한에 강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결혼하지 않으면 죽겠다고 외치면서. 그들은 결국 결혼해 아이를 3명이나 낳고 아주 잘 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농담처럼 슬쩍 말했다. 


“근데 요즘에는 그런 행동하면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당할 수도 있어요. 하하!” 


“뭐? 무슨 폭력? 애를 3명이나 낳고 잘 살고 있다니까!”


“아니 물론 제가 모르는 사적인 부분이 있고 교육과 시대의 한계는 이해해야죠. 그렇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면, 자기 목숨 가지고 살해 협박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 지인분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요즘에 권장할만한 사례는 아니에요. 요새는 데이트 폭력이라 한다니까요. 하하하!”


분위기가 싸해질까 봐 곧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이 말을 못 했다. 만약 여자가 강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결혼하지 않으면 죽겠다!’고 외쳤으면 대부분 남자들은 그 여자를 미저리 취급했을 거다. 여자가 했을 때 미저리 짓은, 남자가 해도 미저리 짓이다. 넘치는 박력과 용기가 아니고. 


아, 또 하나. 상대방을 독 안에 든 쥐 마냥 코너로 모는 행위를 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서로에게 더 많은 선택의 여지 그리고 자유를 준다. 적어도 내가 겪어온 사랑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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