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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y 01. 2021

내 곁에 있지 않다는 의견에 대해

전교조가 ‘교사들 곁에 없다’는 목소리는 널리 퍼진, 오래된 문제의식이다. 그리고 신생노조인 교사노조연맹이 그 반대의 이미지를 안고 있는 것 같다.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 나는 그게 교사노조의 주요 성장 원인이라고까지 보지 않는다. 교사노조는 법외노조상황에 대한 이견으로 전교조에서 분리되었고, 주요 성장요인은 교사들(특히 초등) 사이에 널리 퍼진 공무직, 행정직, 학교비정규직 등에 대한 반감 내지 위기감이다. 이 위기감에 교사들의 기득권 의식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걸 단순히 '이기적이고 의식 없는 교사들의 문제'로 쉽게 보다가는 조합은 완전히, 영원히 개박살이 나고 말 거다. (예전에 교육희망에 ‘전교조와 코끼리’라는 글로 의견을 제시했다)


지회와 지부는 늘 교사들 곁에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교사노조가 조합원들과 얼마나 가까운지 나야 모르지만, 전교조 지부와 지회들도 그에 못지는 않을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속한 지회와 지부는 24시간 스탠바이 분위기이고, 학교에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달려올 태세다. 내가 주로 화를 냈던 대상은 본부인데, 사실 거기 있는 분들도 지회, 지부 단위에서는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활동가들이었다. 그런데도 왜 본부는 끊임없이 비판받는지, 어떤 실력을 키워야 하는지 정말 구조적으로 고민할 문제다. 


개인적으로 ‘생활밀착형’ 같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내 기본 성향이다. ‘생활’은 내가 알아서 할 거고, ‘밀착’되면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생활밀착형'으로 가자는 요구에 동의하는데 그게 '좀스럽게 파고들어 교사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줘라' 는 의미는 아니다. 


제대로 '실천'을 하려면 이론과 공부가 필요하고, '이론'에 갇히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실천적 재구성이 필요하다. 내가 본부에 대해 길길이 날뛰었던 사안들도, 업데이트되지 않은 이론에 얽매여 문제해결능력을 상실했거나 엉뚱한 의제를 잡았기 때문이지 조합이 '생활밀착형'이 아니어서는 아니었다. '생활밀착형' 요구를 조합원들에게 예쁜 기념일 선물 주기, 교육생태계에 대한 거시적 관점을 포기하고 오로지 단발성 이익만 챙기라는 뜻으로 협소하게 해석해서는 안될거다. 


5월이 지나면 조합에 대해 이런 말 주절거릴 일도 없지 않을까 싶어서, 굳이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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