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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y 24. 2021

열등감은 지뢰처럼

(2020. 5. 24.)


친구와 열등감에 대한 대화를 했다. 친구가 ‘나는 열등감이 없다’라는 말을 했는데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도 굳이 분류를 하자면 열등감이 많은 편에 속하거나, 열등감에 몸부림친 기억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 더 예쁜 사람, 더 부유한 사람 등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 내가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를 이미 가진 분들을 보면 언제든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등감은 세세한 삶의 국면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지는 지뢰 같은 게 아닌가 싶은 거다.


열등감을 지뢰라 가정하면, 그리고 잘못 밟아 만신창이가 되고 싶지 않다면,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위험 표지판을 주의 깊게 살피며 피하는 방식이다. 즉 나보다 잘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내 우월감을 비밀스레 충족시켜주는 사람들과만 어울린다. 두 번째 방법은 지뢰의 폭발력을 더 큰 무언가로 즈려밟고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가는 방식이다. 그 '더 큰 무언가'는 (정말 진부한 소리지만) 당연하게도 사랑이다. 인간이 으레 그렇듯 꼬라지내고, 얄팍하고, 비천한 모습 그대로라도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거나, 혹은 그런 사랑을 주고받았던 기억을 품으면 가능하다. 첫 번째 방법은 쉽고 안전한 반면 두 번째 방법은 복잡하고 위험하다. 노력뿐만 아니라 운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세상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두 번째 방법이 좋다. 기왕 사는 인생 다채롭고, 박력 있게 살다 마지막 숨을 내뱉기 전에 '아오 더럽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인생이었지' 생각하며 죽고 싶기 때문이다.


커버이미지 Boleslaw Cybis-Dance-of-the-monsters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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