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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Jun 05. 2021

2018. 05.10.

나는 아무거나 잘 먹고 아무데서나 잘 잔다. 내 식성은 평생 가족의 농담거리였지만, 자는 능력에 대해서는 가족들도 잘 모른다. 나는 주위 환경이야 어쨌든 ‘개야 짖어라 나는 잔다’는 자세로 잔다. 한 7년 전 봄이었나. 야외 락콘서트에 들렀는데 시간이 남았다. 잔디밭에 누워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다. 문득 눈을 떠보니 나 혼자 바닥에 드러누워 있고, 수 백명의 사람들이 껑충거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김C가 난닝구 같은 걸 입고, 긴 머리를 흩날리며 ‘시소’를 부르고 있었다(‘봄바람 따라간 여인’이었을지도). 꿈처럼 멋있었지만 왜 아무도 날 깨우지 않았을까 정말 궁금했다. 깔려죽을 수도 있었다. 나의 잠자는 능력은 엄마 주위에 있으면 절정에 달한다. 가족들은 내가 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거실 중앙에 대자로 누워서 자는 줄 안다. 그게 아니다. 주말 오후에 엄마가 반경 1m안에 있으면 기절하듯이 잠이 든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2018.05.10.


커버이미지 Henry-John-Stock-Dreaming (1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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