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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Sep 02. 2021

좋은 영향력

백업. 2021.08.31.

교육은 아이템이나 개인기로 하는 게 아니라고, 교사들이 그런 흐름에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수많은 초등교사들처럼, 나도 교직 초년기에 초등교사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나눔 덕에 도움과 영감을 받았다. 특정 분야의 특기자처럼만 보이는 선생님들의 전문성과 내공, 성실함에 대해서도 익히 안다. 한번도 이런 분들을 '머저리'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직사회의 일부 흐름이 우려스럽다. 그들이 쏟은 시간과 노력, 숙성의 과정, 나눔 정신은 배우려 하지 않고 화려한 외양, 기계적인 방법론, 시류에만 편승하는 부박함이 그렇다. 교직의 보상체계에는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직 보상체계 개선은 교사들의 비판의식과 전문가로서의 역량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구조를 바꾸는 건 결국 사람이다. 


학교 현장의 파편화, 온라인 여론의 획일성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교직에 대한 외부의 왜곡된 시선, 부당한 평가가 존재한다면 단호히 대처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좋든 싫든, 교직사회는 사회의 일부다. 그중에서도 온라인에서의 교사 여론은 정말이지 한 줌에 불과하다. 교사들끼리의 위로니 격려니 다 좋지만 과잉방어에 몰입하거나, 현실 감각을 잃어서는 안 된다. 최근 일어났던 모 교원단체 지역 대표 사건, 요 며칠 내 개인의 스트레스 상황도 이런 흐름의 연장 선상에 있다. 지나친 공명심, 지나친 공격과 방어 의식도 내가 보기에는 현실 감각의 부재에서 오는 현상이다. 


교직문화에 비판적인 글을 써왔지만 사실 내 주위에는 좋은 선생님들이 많다. 온라인 동료들은 물론이고 오프에서 교류하는 분들도 그렇다. 나는 앞으로도 수많은 선생님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으며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밝히지만, 나는 어떤 교사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부끄럽다. 집단 혐오와 불안의 조장, 오만과 독선의 시전을 좋은 영향력이라고 착각하는 태도, 교사 리더랍시고 나돌다 벌어지는 불미스런 사태들이 그렇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결코 '좋은 영향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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