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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Sep 03. 2021

인정과 복종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본능이다. 본능을 승화해서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는 사람이 있고, 이를 조절하지 못해 병적인 관종 내지 괴물이 되는 극단적인 사례들도 있다. 서로의 능력과 인격,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나는 이미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인정 욕구를 건강하게 승화한 사람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고 좋은 자극이 된다. 


복종을 향한 욕구는 결이 다르다. 복종을 요구하는 자들은 겉으로만 강해 보일뿐, 실은 유아적 나르시시즘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아집에 가득 찬 개꼰대들의 내면에는 불안에 떨고 있는 아기가 있다. 수많은 심리학자들, 누스바움 같은 철학자들이 이미 자세하고 명쾌하게 밝힌 바와 같이, 무력하고 두려운 아기들은 타인의 복종을 원한다. 타인을 자신의 노예로 삼아 조종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아기들은 성숙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자기 중심성을 버리고 민주적 자아를 발전시킨다.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복종을 갈망하며, 통제하려는 자들의 심리 상태는 실은 대단히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인정과 복종을 구분하는 것, 혼탁한 세계를 당당하게 건너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골방에 박혀 모든 자극과 위험을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그런 세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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