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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Sep 21. 2021

내게 꼰대력이란,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고.

내 주위에는 사실 꼰대로 느껴지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직업 환경의 영향도 있겠고, 여성이든 남성이든 꼰대력 높은 사람들과 따로 교류할 필요가 없다. 교직환경 특성상 '보직'도 별 의미가 없는 데다, 간혹 강한 꼰대 아우라가 느껴지는 분들이 있어도 이들과 나는 거리를 두고 위성처럼 서로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 뿐이다. 내 경우 높은 꼰대력을 시전하는 분들을 주로 온라인에서 마주친다. 내가 요즘 이용하는 온라인 매체는 브런치와 페이스북인데 단연 페북 꼰대력이 압도적으로 높다. 사람들 말마따나 페이스북은 노인정이다.


내 기준에서의 꼰대력에 대해 정리할 때, '라떼는 말이야'를 연발하는 전형적 유형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이런 행위를 향한 정서적 반감이 별로 없다. 최소한 앞과 뒤가 똑같아서 위험성이 느껴지지 않고, 자정작용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생물학적 나이와 젠더'가 절대적인 변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실생활에서 내가 사적으로 교류하는 사람은 20대에서 60대에 이른다. 교류하는 사람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국적, 성별, 나이 등의 범위는 넓다. 장담하건대 20대들이 마냥 신선하거나 개방적이지 않고, 60대라 해서 비루하게 썩어가고(?) 있지 않다.


어쨌든 깊은 한숨을 자아내는 꼰대력 발산자들을 내 기준에서 거칠게 분류해 본다. 우선 상대가 뭐라 하건, 일방적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분들을 보면 꼰대력이 느껴진다. 이들은 타인이 쓴 글의 내용과 의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 그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독백, 다짐 혹은 사회 운동 구호처럼 들릴 때도 있다. 갑자기 일독을 권한다며 혹은 서명을 부탁한다며 띡, 남기는 링크 같은 느낌이다. 불쾌할 정도는 아니지만 '뭐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싶다. 이런 분들은 실생활에서도 '대화'보다는 '혼잣말'을 선호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


둘째는 전체주의적 꼰대력 발산자들이다. 물론 온라인에서는 노골적인 전체주의자들은 한 번 걸러진다. 온라인 전체주의자들은 안정적인 직업, 유식(해 보이는 말)과 세련(되어 보이는) 라이프 스타일을 전시하며 멋진 어른인 척 똥폼을 잡지만 '이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민주주의적 생활양식을 체화하지 못했으며, 자신이 얼마나 권위주의적인지 자각하지 못한다. 본인은 또래 꼰대들과 다르고, 젊은이들과 얼마든 소통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강한 꼰대력을 발산하면서도, 유치한 나르시시즘과 아집 때문인지 역설적으로 가장 어리게 느껴진다.


 번째 유형은 의미 없이 좋은 소리만 하는 유형이다. 예쁘고, 화려하고, 장식적인 미사여구, 기계적인 공감 남발하는데 맥락을 잡는 능력이 부족하며, 결정적으로 '눈치' 없다. 전체주의적 타입과 달리 이견을 가진 사람에게 적대적으로 굴거나, 내게 욕을 하는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사람을 지치게 한다. 패기가 없어서 늙어 보이나? 싶기도 하다. 이외에도 특정 정치인이나 조직에 대해 지나친 신뢰 내지 혐오를 반복적으로 표현하는 소위 ''들을 비롯 매사 확신에 가득  분들, 혹은 중언부언 모호하고   없는 표현으로 의사소통이 힘든 분들에게도 나는 나이와 젠더를 불문해 강한 꼰대력을 느낀다.  


어떤 한 부분에서 꼰대력을 발산한다고 그 사람 자체를 '꼰대'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또 누군들 꼰대이고 싶을까, 외로우면 누구나 그럴 수 있지 싶어 딱하다가도 온라인으로라도 대면하면 미칠 듯 답답해 거리두기가 필요해진다. 이런 글로라도 풀지 않으면 온라인 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다 두려워지면 친한 사람들에게 거듭 언질을 해둔다. "만약 내가 맛탱이가 가거나, 저들처럼 굴거든 반드시 경고해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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