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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Sep 23. 2021

기억해야 할 사람

어린 시절 어느 밤, 부모님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빠가 최근 알게 된 지인이 한 때 사업이 망해 큰 곤경에 처한 상태로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 그 분 곁에 6명의 친구가 남았다고 했다. 엄마는 크게 놀라며 말했다. 


"그 사람 인생을 정말 잘 살았었나 보네!" 


티브이를 보며 무심결에 흘려 듣던 나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첫째, 돈이 없어지면 주위에서 사람의 자취도 없어진단 사실 때문이었고 둘째, 부모님이 6명이 마치 6천명이라도 되는 양 감탄했기 때문이다. 당시 어렸던 나로선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제 정확히 안다. 그분은 굉장한 인덕의 소유자이자 행운아가 맞다.    


언젠가 다음 세대에게 이 일화를 전한다면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누구든 좋은 시절, 즐거운 날에 주위에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하다. 중요한 건 네가 외롭고, 지치고, 궁지에 몰렸을 때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다. 위로도 좋고, 쓴소리도 좋고, 아무 말없이 등만 두드려줘도 좋다. 어떤 형태로든 곁에 있어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빛날 때 곁에서 살랑거리던 사람들이 추워지면 떠나는 건 당연하다. 떠나간 사람들에게 서운할 것도, 떠난 사람이 누구인지 헤아릴 필요도 없다. 네가 어두울 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길 것. 그리고 네 인생의 다른 어떤 국면이 펼쳐지더라도 언제나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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