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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Sep 05. 2021

D. P.

방관, 가장 큰 외로움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봤다. 탈영병들을 잡는 근무이탈 체포조들의 이야기다. 10년을 함께 지냈지만 군 경험에 관해서라면 '진짜 썩은 곳, 생각하기도 싫은 곳' 외에 말을 않던 배우자가 요즘 'D.P.'를 보면서 방언 터진 듯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게 신기해서 시청하기 시작했다. 기대보다 더 좋았고,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윤일병 사건, 고성 총기난사사건, 최근 여부사관 자살 사건 등이 오버랩되면서 극 상황이 다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D.P.'의 탁월한 지점은 군의 부조리한 구조와 문화를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극 중에서 가장 때려주고 싶은 밉상은 황장수 병장이고,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악'은 헌병대장 천용덕을 비롯한 군 조직 전체이다. 하지만 피해를 당한 일반 병사들 입장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미지근하게 방관한 동료들도 만만찮은 공범으로 느껴질 것이다. 가장 큰 외로움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온다.   


'구조가 변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 무관심, 작은 이기심이 불러오는 결과는 처참하다. 규모와 강도, 양상이 다를 뿐 군대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온오프를 막론한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며 작은 선택과 행동들은 촘촘하게 연결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연결 지점들에 관심이 많다. 내 생각을 밝힐 때마다 '모든 것이 구조 탓이니 개인을 탓하지 말라'며 허구한 날 거악 타령을 하는 온라인 꼰대질도 내게는 지긋지긋한 폭력이었다.  


'D.P.'는 쉬운 카타르시스 제공에만 안주하지 않는 좋은 작품이다. 여러 사람들이 두루 보고, 다 함께 힘들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그래도 사회가 군대보다는 낫다'라든지, '그래도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지' 라며 위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쉬운 위로와 기만은 피 흘리며 싸운 사람들, 처절하게 외로웠던 수많은 조석봉들을 향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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