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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Oct 15. 2021

어깨너머로

하는 교육비평은 그만.

최근 더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코로나 시기 학부모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아이들이 어떤 수업을 받는지 어깨너머로 보고 기겁을 했다. 어떻게 저렇게 가르칠 수 있나 싶어서. 교원평가를 성과급이나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 기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도 작년에 어떤 대학 교수의 수업 영상을 보고 20년째 똑같은 강의안을 쓰는구나 싶어 기겁을 했다. 정치인들이 입을 열 때마다 시민의 대표라는 분들이 저 정도구나 싶어 기겁을 한다. 모두가 모두를 향해 기겁하는 사회다.  


코로나 시기에 수업 상황의 많은 부분이 공개된 건 사실이고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깨너머로' 본 것들이 재난상황에서 고안된 임시적 결과물들이었다는 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 내 수업 영상이나 줌 수업 상황만을 보고 내 교육적 역량을 판단한다면 나도 당황스러울 것 같다. 물론 코로나 시기 교육계의 상황 대처능력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할 부분은 있다. 피드백 없는 외부 콘텐츠 사용으로 인한 '교육과정-수업-평가'의 분리, '교사와 학생의 분리' 현상은 교사로서 우려스러웠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보다는 여론, 학부모 민원, 학교 특유의 문화적 압박에 의해 떠밀리듯 흘러갔던 학교 운영 양상도 반성할 지점이다. 비판은 누구든 할 수 있다. 다만 '어깨너머로' 본 것만으로 손가락질만 해서는 달라질 게 없다.


학교 외부 사람들은 교원평가가 성과급이나 인사고과에 반영되면 교사와 교육의 질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교육 노동의 특성상, 차등성과급 제도는 학교 구성원들이 아무리 자율적인 기준안을 만들어도 절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교육의 본질 왜곡, 구성원 간 분열만을 야기할 뿐이다. 한국의 교원 승진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비효율, 비민주, 반교육의 극단을 달린다. 교육상황에 대해 어깨너머로만 아는 분들이 현재와 같은 누더기 종이호랑이 교원평가를 성과급, 인사고과에 연결시키겠다고 하니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한 기분이다. '교원평가'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현재와 같은 형태가 아닌, 교원들의 전문성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질적 평가 체제로 대폭 전환해야 한다. 


'교사들이 어떻게 저렇게 가르치나'라는 쉬운 비판은 학부모, 학생, 국회의원 누구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의 대표라는 분이 하는 공적인 발언이라면 앞서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을 거다. 교원양성체제,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와 풍토, 책임 수행을 위한 정당한 법적 권한으로서의 교육권,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교사들을 향한 적합한 보상체계 확보 등, 어깨너머로 본 수업의 단편보다 더 기겁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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