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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Oct 09. 2021

교직사회 콤플렉스

내가 교직사회 내부에 비판적인 관점의 글을 쓸 때마다 발작적인 조롱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교사 수가 절대 많지 않지만, 지속적인 확대 해석과 왜곡을 당하다 보니, 내 입장에서는 거의 병리적인 현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한 가지 주제로만 글을 쓰지 않는다. 또 많은 교사들이 찬반을 떠나 일단 문제의식 자체는 존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이견을 이견으로 보지 않고 과잉 방어를 하는지 한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제 실마리 정도는 알 것 같다.


일반적으로 과한 방어 의식은 낮은 자존감의 징표다. 모든 직업인은 나름의 직업 콤플렉스가 있을 텐데, 교사의 경우 세대와 성별에 따라 꽤 다르지 않나 싶다. 직업인으로서의 자존감에 내적인 효능감과 동기도 중요하지만, 인간인지라 외부 시선의 영향도 받을 수밖에 없다.


나는 교육대학교 03학번이다. 교대 커트라인은 모르지만 적어도 상위권 학생들은 당시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도 무리 없이 합격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즉 내 또래 교사들은 공부만 잘하는 샌님들, 물정 모르는 모범생들 같은 말로 시기 섞인 놀림은 받았어도 이전 세대처럼 '무식하고, 폭력적인 꼰대' 이미지에 갇히거나 시달리지는 않았다(적어도 나는 그런 경험이 없다). 성별의 영향도 있다. '일등 신붓감'. 내가 교대 입학과 동시에 토가 나올 정도로 많이 들은 말이다. 교직은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더 선호되는 직업이며 같은 직업이라도 '일등 신랑감'이란 말보다 '일등 신붓감'이란 말을 훨씬 많이 쓴다. 내가 볼 때, 비교적 최근 세대의 여자 교사들 중 직업 때문에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존중이라기보다, 부러움 섞인 성적 조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이 글에서 성차별적 관행과 관념까지 다룰 순 없고 일단 현상적으로만 보자면 그렇다는 뜻이다.


어떤 교사가 보기에, 이미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데 왜 교사인 내가 교직사회를 비판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넓은 맥락에서 볼 때, 나는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체감하지 못하겠다. 물론 교육권 침해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지만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주원인은 아닌 것 같다. 다만 교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한국에서 교사는 선호도가 매우 높은 직업이다. 이것이 과연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가르치는 일에 대한 존경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는 따져 볼 부분인데 정황상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학생들이 교직을 선호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서늘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출처: 통계청 블로그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낮아지는데, 교사라는 직업의 선호도만 올라가는 현상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자면 다른 한 편의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이 글에서는 다음의 생각 정도만 정리해 둔다.


이전 세대 특정 성별 교사들의 콤플렉스에는 역사적 근원이 있다. 또 본인의 능력과 노력 여부에 상관없이 교직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변화하고 있으며, 나는 지난 세대의 콤플렉스와 나 사이에 별다른 연결 지점을 찾지 못하겠다. 개인적으로 교사로서 나의 콤플렉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로서의 인정에 집중되어 있다. 나는 교직사회를 향한 부당한 압력과 오해, 비난이 존재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하지만 외부의 부당한 비난이 존재한다고 해서, 내부의 치부를 감추거나 제 식구 감싸기에 골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내부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보다 외부의 인정을 갈구한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다르다. 포장하고, 과시하고, 방어하려는 본능이 클수록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자존감은 높지 않다. 허울뿐인 존경이나 미지근한 위로보다는 나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근거 있는 자부심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개인  집단의 콤플렉스가 집단  다양한 구성원들의 비판의식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에 재갈을 물려서는  된다. 그런 히스테리에 매몰되는 것이야말로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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