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문

경박해지지 말자

by 김현희

작년 내 직무연수 시간 기록은 ‘0’이었다. 교무실에서 사실 확인 전화가 두 번이나 왔지만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좋은 책들 읽고 글쓰며 내 나름대로 공부했으니까. 또 내가 누군가의 강의를 들으러 일부러 찾아가 본 건 인생에서 딱 한 번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연수나 강의보다 책 읽고, 고민하고, 대화하고, 글로 써 보는 행위가 성장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향의 사람이라서인지,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즐겁지 않다. 강의도 싫고, 인맥 공유 대화도 싫다. 불특정 다수와의 흥겨운 만남 보다 깊고 내밀한 대화가 좋고, 항상 내 곁에 있는 사람과 눈 마주치고, 손잡는 순간이 더 소중하다. 나는 평생 운동가나 활동가는 될 수 없을 것 같다. 천생 한량 사색가에 가깝다.


어제 원격 연수 촬영의 1/3을 마쳤다.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이라 생각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이럴 줄 뻔히 알면서 수습도 못할 일을 왜 자꾸 벌이나 생각하며 한바탕 청소를 끝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위로이자 다짐을 건네 본다. 아직 마흔 전이잖아. 불혹 전까지는 흔들려도 돼. 다만,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경박해지지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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