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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Feb 13. 2022

아기야 너의 생각은?

20세기 , 나는 10 후반 시기를 무사히 통과했다. 어른들이 세기말, Y2K, 무서운 10대를 걱정하며 세상이  망할  떠들 동안 나는 영화와 책을 아작아작 섭취하며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데 요즘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다가, 세면대 손잡이를 틀다가, 수영을 하다가 불쑥 '혹시 지금이 세기말인가? 지구가 망하려나?'라는 생각이 내면에서 솟구친다. 전염병은 사그라들지 않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 하고, 내가 어른이 되면 역사 속으로 사라져 있을  알았던 정당은 건재하고, ' 페미니스트지?'라는 말은 욕설이 됐고, 아파트 주차장에 '동성애 반대' 스티커를 부착한 대형 세단이 늘고 있다.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다들 그럭저럭  사는 중이다. 여행 다니고, 주식으로 돈도 벌고, 취미생활도 하고, 소셜미디어에 근사한 일상을 공유하고 물론 나도 그런 평범한 중산층  하나다. 그럼에도 학교에 가면 가벼운 대화를 나눌 때조차 나는 종종 울고 싶은 고립감에 빠진다. 정말 지금이 괜찮은 건가? 현장교사가 교육의 기본과 전망을 생각하는  사치이고, 전염병 사태가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누가 고민하고 있으며, 교원들의 단체가 보험회사 노릇만 하면 되고, 진상 학부모들이나 하는  알았던 행동을 동료 교사들이 해대고, 완전한 각자도생, 만인의 만인을 향한 투쟁의 장이 되고 있는 지금이 괜찮은건가? 문제를 대면하려 하는 사람은 없고 해결책만 넘쳐난다. 나는 너무 작고 누구라도 혼자서는 감당할  없을  같은데  나만 빼고 다들 혼자서도 괜찮아 보일까? 어쩌면 20   어른들이 세상이  망할  근심하는 동안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란 것처럼, 혹시 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걸까? 태어난  112일이  조카가 브르르꺅꺅 웃는 모습을 보면서 아기인 너는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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