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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r 14. 2023

도대체 우리는 뭘 하고 있는 걸까?

스포츠강사 무기계약직 전환, 교사커뮤니티 논란(2022. 2)

(2022. 2. 11.)


전남교육청이 스포츠강사 166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무기계약직 전환 TF에 전교조가 관여했다는 소문이 인디스쿨과 교사 카페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교사노조연맹 소속 초교조(초등교사노조) 교사들이 소문 확산을 주도했다고 한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전교조는 TF에 관여하지 않았고, 스포츠강사제도를 폐지하고 정규교원을 확보하라고 주장해 왔다. 교사노조연맹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조직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나는 발끈했다. 교사들에게 전교조와 '스포츠강사 무기계약직 전환'은 무관함을 알려야 한다고 비분강개했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기분이 더러워졌다.   


도대체 우리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왜, 언제부터 교육운동이 '누가 공무직과 더 잘 싸우나', '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잘 막아내는가'의 대결로 바뀌고 있는 걸까? 교원노조 간의 선의의 경쟁 시대가 열렸다고 하는데, 이딴 분쟁을 선의의 경쟁이라고 말할 수 있나? 이런 게 바로 교육운동이라고 아이들에게 부끄럼 없이 말할 수 있나?  


현재 임용체제에 수많은 문제점은 있지만 그럼에도 교원임용과정이 주먹구구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맥락에서 스포츠강사제도는 분명 결함이 있으며, 이미 제도상의 난점이 드러나 추가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분명 이전 정부가 안일하게 설계한 잘못이다. 그러나 어쨌든 제도는 실시되었고, 과거에 누군가를 고용했고, 스포츠강사들은 학내 어떤 직종보다 처우가 열악하고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로 10년 이상을 살아왔다. 조악한 제도이지만 현재로서 누군가의 생계가 걸린 일자리란 것도 사실이다.


스포츠강사가 아닌 체육전담교사를 늘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은 정책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166명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또 하나의 패착인지, 벼랑 끝의 대안인지, 교사노조원들 말대로 '학생의 존엄한 권리'를 무시한 결정인지 나는 정보가 부족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 교사노조원들은 전교조가 상급 집단의 눈치를 본다고 비난하는데 지도부가 어떤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상급단체의 눈치를 볼 생각이 없고, 어차피 눈치 볼 사람도 없다. 다만 누군가의 열악한 고용 상황에 대한 상식적인 근심과 우려조차, 왜 이제 교직사회에서는 사상검증의 시험대에 올라야 하는지 모르겠다. 교사들끼리  '너희가 저 사람들 무기계약직 전환시켰지?' 라며 벌이는 드잡이와 비방, 모든 논란이 '역시 다 빼고 오직 정규직 교사들끼리만 뭉쳐야 돼'로 수렴하는 이 사태가 나는 점점 감당이 안된다.


오로지 교사의 이익만을 중심으로 놓으면 누구라도 매사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쉽고 넓은 길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겠다. 하지만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어야 할 것 같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렇게라도 생각을 정리해야 마음이 가눠질 것 같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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