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뉴욕
인터넷에서 금요일 4시부터 모마 미술관(MoMA) 입장료가 무료라는 글을 보았다. 대기 시간이 길까봐 일찍 도착했는데 주위가 이상스레 한산했다. 알고 보니 내가 간곳은 MoMA가 아니라 ‘MoMA PS1’이라는 다른 미술관이었다. MoMA처럼 반 고흐, 피카소, 달리 같은 걸출한 화가들 작품은 없었지만 기부 입장으로 1달러만 내도 들어갈 수 있었다. 계획은 틀어졌으나 좋은 시간을 보냈고 작품들도 재미있었다. 특히 지나 비버스Gina Beavers의 작품들은 보자마자 풉 웃음이 터졌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부조라 실제로 보면 입체적이다.
Gina Beavers
Gina Beavers
Gina Beavers
Gina Beavers
(MoMA PS1 정원/ 해먹에 누워있는 사람들)
원래 가려던 MoMA에도 가볼까 싶었지만, 검색해보니 지금은 아예 폐쇄된 기간이다. 이곳으로 온 게 차라리 잘되었던 것. MoMA PS1 직원들은 정말 친절했다. 나는 원래 낯선 사람들의 친절, 불친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은 아닌데, 뉴욕이라 그런 것 같다.
걷다 보면 허공에 욕하고 있는 사람도 많고, 화난 사람들도 많다(4일 동안 길거리에서 사소한 이유로 소리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을 3번 보았다). 거리는 더럽고, 보행자들은 교통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 여름의 열기 속에서 부수고 다시 짓고, 공사 중이라 길을 엎어 놓은 곳도 많아 한결 더 혼잡하다. 다녀본 중 가장 바쁘고 각박한 도시처럼 느껴졌다. 낭만과 절망이 함께 떠도는 거리를 걷다 우연히 아래와 같은 문구를 보았다.
WE WANT TO
COMMUNICATE OUR FEARS OF BEING
LOST
SCARED
SCARRED
POOR
UNLOVED
FORGOTTEN
ALONE
DIFFERENT
AND A HUMAN BEING IN THIS
BIG CONCRETE ATM WE CALL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