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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Jun 01. 2022

여자 남자, 젊은 늙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2022. 05. 19.

어릴 땐 내가 여자도 남자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문화 취향이 비슷하고, 공유하는 관심사가 많은 여성 찾기가 힘든 편이다. 남자들이 다수인 그룹도 불편하다.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는데, 남자들 중 상당수가 여성을 이성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 인지하고 대하는 방법을 모른다. 또 남성들은 다수가 모이면 서로를 고압적인 꼰대로 변하게 하는 페로몬이라도 방출하는 모양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본능적으로 성비를 맞추려 했다. 


요즘 나는 젊은이도 늙은이도 아닌 것 같다. 이념과 가치의 시대는 갔고, 젊은이들은 생활밀착형 이슈를 좋아한단다. 그런데 지금껏 관찰한 바에 따르면, 가치와 이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가치와 이념을 빌어 '개인적인' 한풀이 내지 자기증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밀착형 이슈에도 도무지 흥미가 일지 않는다. 생활은 내가 알아서 할 거고 밀착은 부담스럽다. 여기는 동물의 왕국이 아니다. 세금 걷고, 대표자 선출하고, 아이들에게 교육이란 걸 하는 사회에서 가치와 이념을 즈려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모양이다. 한국의 보수진영은 아예 말이 통하질 않는데, 진보적 가치를 부르짖는 사람들을 봐도 공유하는 바가 많지 않은 기분이다. 펜대를 빼앗아 부러뜨려 버리고 싶은 교육 진보계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자신을 낀세대라고 느끼고, 스스로를 가장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부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그 사실을 인정해도 갑갑하고 외로운 기분이 가시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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