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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Jun 28. 2022

완전체 교사

2019. 06. 28.

누구 말마따나 나는 ‘참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다. 얼핏 보면 정상인처럼 보이는데 지내다 보면 충격적일 만큼 허당이다. 세상 돌아가는 모양도 모르고, 생활력이나 손재주도 없다. 나이를 이만큼 먹었는데 칼질도 잘 못한다. 내가 식칼이나 과도를 들고 뭘 해보겠다고 기웃거리면 주위의 모든 이가 긴장을 하거나 혀를 찬다. 나는 완벽한 교사도 아니다. 실수도 많고, 사과할 일도 많고, 특히 요즘은 수업 시간에 여기저기 부딪치고 공 맞고 난리를 쳐서 아이들이 괜찮냐고 걱정할 때가 많다. 지금보다 학생들에게 줄 게 더 많았으면 좋겠고, 더 부지런해질 필요도 있다. 나도 가끔 학생들 때문에 감정이 상하고, 부지불식간에 학생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도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이 나를 짓누르지는 않는다. 그냥 이게 나인데 어쩌겠나 싶어서다. 


나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유형의 교사상이 있고, 큰 품을 가진 이상향 같은 교육자의 그림도 존재한다. 또 난 이상할 정도로 기준이 높아서 어지간해서는 10점 만점에 10점을 주지도 않는 인간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상상의 영역이다. 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유형의 선생들을 겪어가며 강하고 유연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나 같은 자의 허당미, 이선생의 까칠함, 차선생의 엄격함, 홍선생의 호랑이 기운, 박선생의 관대함이 어우러져 학생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교사가 되고 싶은 욕망, 단위 시간 안에 학습 목표를 도달하고 말겠다는 욕망, 모든 아이에게 귀감이 되는 교사가 되고 싶은 욕망을 이해한다. 하지만 완벽한 1인의 교사로부터 구현되는 완벽한 교육의 그림은 환상이 아닌가 싶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완벽해지겠다고 혼자 버둥대고 있는 외로운 1인의 교사보다, 다양한 자극을 주는 여러 교사들의 너그럽고 여유 있는 상호작용이 훨씬 더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2019. 0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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