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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Aug 04. 2022

귀납형 인간

2022. 7. 15. 페북메모

살면서 깨달았는데 나는 매우 귀납적인 사람이다. 직관대로 움직이고 사후적으로 의미를 깨닫거나 부여하는 스타일이다. 외부에서 정한 규칙, 유행이나 대세에 관심이 없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사람들한테 "요새 왜 티코가 안 보여요?" 라고 했다가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며 등짝을 맞을 뻔했다. 몇 년 전까지 아예 커피를 마시지 않았고 라테, 캐러멜 마끼아또 같은 말의 뜻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집에 더치커피 한 병이 선물로 들어와서 무심코 우유에 타 먹어 봤다(원래 뭐든 잘 섞어 먹음). 너무 맛있는 음료수를 발견했다! 며 흥분해서 소리쳤더니, 배우자가 세상에는 원래 '더치라테'란게 존재한다고 알려줘서 충격을 받았다. 경험 '후'에야 개념이나 의미를 찾는 단편적인 예.  


최근 내 교직관을 새삼스레 정립 중이다. 16년 차가 된 이제야 사후적으로 깨달았는데; 생각보다 나는 전문직관이 강한 쪽인 것 같다. 물론 노동자관과 전문직관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며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무너진다. 한국은 아직 양쪽 관점 모두 제대로 서있지 않은 것 같다. 그간 교총이 전문직관을 내세울 때마다 민망해 비웃음이 터졌었다. 전문성의 핵심은 자율과 책임인데 극우정권에 빌붙어 무식한 소리나 벅벅 해대면서 전문직이라 주장하니까; 한편 요즘 초등 최대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 넘실대는 노동조합 만능설을 보고 있자면 한탄이 터져 나온다. 노동자관이 균형을 잃으면 이렇게까지 경박해질 수 있구나 싶어서다.  


앞으로 계속 정리해가겠지만, 현재 내 교직관은 전문직 노동자관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포월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데는 개념적으로 누구나 동의한다 해도 현실은 시궁창이다. 원하는 건 많고, 어디 하나 마음 둘 곳은 없으니 나홀로 내적 갈등과 충돌만 많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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