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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Aug 04. 2022

교육권, 교육이 가능하려면

2022. 7. 22. 페북메모글

방학 직전까지 아침마다 들이닥친 보결 배당으로 정신이 없었다. 2-3일가량은 교내 캠프 준비와 여행 준비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학교에선 하루도 짬이 나지 않았다. 학폭이 복합적으로 터졌고, 담임교사가 병가를 내셨고(오래 버티셨다), 학폭 업무가 과중해 보결이 필요했는데, 이후 격무에 시달리던 학폭 담당 교사까지 병가에 들어갔다. 두 분 다 아이들이 굉장히 따르는, 동료인 내가 봐도 언행이 훌륭한 선생님들이었다. 사태의 중심에 선 학생은 직접 겪어보니 여러모로 말을 잃게 했다. 아이들은 '도대체 우리 담임선생님은 언제 오시냐', '이번 주는 오신다고 했는데 왜 자꾸 선생님들이 번갈아 들어오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나로서도 보결을 단순히 때우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은 하지만, 30분 전에 진도를 통보 받은 상태로 할 수 있는 수업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 한 학생의 문제 행동이 교사 2명을 몸져 눕게 하고, 수십 명 아이들의 교육권을 박탈하고, 모든 교사들이 끝까지 총동원되어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한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지 싶어 나는 현기증이 났다.     


교사가 한국에서 제일 어려운 직업이고, 사회 전체가 교사를 공격한다는 류의 인디스쿨식 담화는 개인적으로 동의가 안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불안 수준이 과장된 측면은 있을지언정, 근거가 없진 않다. 피해를 보는 학생과 교사들이 늘며 불안은 점점 증폭되고 있다. 구성원들의 역량으로 감당이 안되고, 감당해서도 안 되는 돌발 변수들이 지금 교실에 너무 많다. 학폭 처리 과정은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반교육적이고, 학교와 당국은 일부 학생과 보호자들의 문제 행동에 철저하게 무능하다.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교사들이 마치 형사나 상담사가 된 마냥 개인기를 부려야 하고 잠깐 삐끗해 말실수라도 했다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관리자가 지원형인지, 도피형인지, 보호자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 역시 제도가 아닌 만남의 '운'에 달려 있다. 현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학교는 정말 교육이 가능하지 않은, 우습고도 기괴한 공간이 될거다. 내가 볼 때 현시점에서 교원단체들이 가장 힘을 쏟아야 하는 부분 역시 학생 지도와 보호자 관련 문제다.     


아래의 어떤 글에 한 선생님이 '지금 교직에 남을 이유가 있는가'에 답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댓글을 쓰셨다. 지난 몇 주 내 머리 속을 떠다니던 생각이다. 아직 시차 적응을 못해 새벽에 깨서 뒹굴거리다가 이렇게라도 생각을 토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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