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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Oct 07. 2022

달리기 시작

싸우는 걸까, 체념한 걸까

어제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같은 실 선생님이 매일 5킬로씩 달리며 달리기 예찬론을 펼치셔서 호기심도 생겼고, 마침 내가 2주 정도 수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여름 내가 가장 많이 들은 곡이라며 유튜브가 50곡짜리 플레이리스트 '22년 여름 Recap'을 자동 생성해주길래 귀에 꽂고 냅다 집을 나섰다. 첫날에는 절대 무리하지 말고, 딱 5분만 뛰라 하셔서 알람을 맞춰놓고 뛰었는데 숨이 차지 않았다. 다시 5분을 맞춰놓고 더 뛰고 난 후 30분가량을 걸었다. 둘째 날인 오늘은 10분 알람을 맞춰놓고 뛰어봤다. 약간 숨은 찼지만 더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추가로 10분을 더 뛰고 한참 걸었다. 내일 일어나서 몸상태를 봐야 알겠지만 내일도 20분 정도는 뛸 수 있을 것 같다. 


달리는 뇌 속으로 잡념들이 들어왔다 부서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이제 곧 40번째 생일을 맞는다. 기분상으로는 80년은 산 것 같다.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펼쳐질까 흥미진진하다가, 문득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달리며 도대체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이 무의미와 허무를 짊어지고 사는지, 싸우는건지 체념한건지 궁금해 했다. 마침 그때 이어폰에서 엘리엇스미스의 "Everything means nothing to me" 연이어 톰 요크의 "Unmade"가 흘러나왔다. 내가 이런 노래를 항상 듣기 때문에 허무한건지, 허무해서 평생 이와 같은 노래들에 끌려왔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일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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