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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Dec 04. 2022

DNA_변화를 통해 같음을 유지하기

전교조대전지부장 후보 출마 연설(2022. 11. 24.)

전교조대전지부장 후보 출마 연설(2022. 11. 24.)


전교조는 '동지' 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같을 '동', 뜻 '지'인데요. 저는 동지라는 말도 좋지만 '동무'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같은 게 없다'라는 뜻입니다. 제가 만든 개념은 아닙니다(철학자 김영민의 '동무론'). 저는 우리가 '같음'이 아니라 '다름'을 기본값으로 설정해야 소통과 대화가 절박, 절실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협업이 당연시되고,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포용하고 허용할 수 있습니다. 들판에 벼를 똑같은 높이로 빽빽하게 심으면 겉으로는 풍성하고 안전해 보이겠지만 사실 벼 하나하나는 뿌리까지 충분한 햇빛과 바람을 받지 못할지도 모르죠. 듬성듬성 거리를 두어 심으면 양적으로는 아쉬워도 생명 하나하나는 더 강하고 단단하게 자랄 수도 있고요. 같음이 아니라 다름을 전제로 하자는 것, 거리를 두어 심자는 건 서로에게 냉랭하고 무관심해지자는 뜻이 아닙니다. 한 명 한 명이 제대로 설 수 있게, 거리를 두어 배려하고 존중하자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다릅니다.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선생님들도 지금 제가 말하고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이 불편하고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많이 부족한 탓에, 그간 제가 전교조를 보며 느낀 불편함을 다소 거칠고 뾰족하게 표출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간 대전지부 선생님들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어서 말하지 못했던 게 하나 있는데요. 


저는 저와 지금 여기 앉아 계신 모든 선생님들이 어떤 DNA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DNA는 우리가 '나 스스로와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이 되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옳지 않은 일을 보면 침묵하지 않게 하고, 내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하고 싶게 하고, 또 기여하는 과정 속에 성장하고 싶게 만듭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공유하는 전교조 DNA입니다. 우리가 계승해야 하는 것은 전교조의 껍데기가 아니라, 오로지 이 DNA 뿐입니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변화'를 통해서만 '같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부장이 된다면 눈에 보이는 것들 중 많은 부분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변화를 통해 전교조 역사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가치들, 우리를 지금 이곳에 모여있게 하는 DNA를 계승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DNA가 변질되거나, 부패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지부장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의 응원과 격려, 참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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