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adelphia Museum Of Art
미술을 알아가는 과정도 외국어 공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보고, 느끼고, 읽고, 말하고, 생각하는 과정의 ‘연속적인 재구성’이다. 외국어 공부 초기 단계에는 가만히 앉아 자막을 보며 외국 영화를 관람하고, 외국인을 외계인처럼 바라본다. 그러다 언어의 문화적인 맥락을 읽고, 외국인과 소통을 하게 된다. 외국어로 소통한다고 해서 나의 원래 자아가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상호 연관성을 느끼는 과정에서 외부 세계에 대한 흥미는 가중되고 성장이 일어난다. 미술 작품들을 계속해서 만나다 보면, 작가 개인이 사용하는 고유한 언어가 읽힌다. TV속에서만 보던 외국인이 3차원의 공간에서 나와 대화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스 파운데이션 관람을 마치고 다음 날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갔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미술품을 바라보는 내 눈이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다. 관람자의 질적 체험을 중시하는 안목 있고 통찰력 있는 선생님에게 집중 교육을 받은 기분이었다. 모든 공부가 그런 것처럼 수준 높은 교육자, 매력적인 교육환경, 열의에 찬 학습자는 좋은 조합을 만든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몇 가지 유명 작품들이 전시되지 않고 이동 중이었는데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고흐 작품 2개(해바라기, Mother Roulin With Her Baby), 르누아르, 로트렉의 그림이었다. 복도를 걷던 내가 열심히 사진을 찍자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내 옆에 섰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그 유명한 록키 스텝에서는 사람들이 정말로 록키 흉내를 내며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예전에 얼핏 들었을 때 농담인줄 알았는데, 수십 년째 사람들이 정말 그러고 있었다. 빰빠라빰빠 빰빠빠 빠바밤 빠바밤..
https://www.youtube.com/watch?v=phN4xAAl8DU
Rocky II (1979) - Running Steps Scene
처음에는 저게 무슨 창피한 짓거리인가 싶었지만 역사와 문화 전통의 압력인지(;) 나도 달려야 할 것만 같았다. 심지어 그날 내가 입은 복장마저 딱이었다. 히지만 차마 록키처럼 계단을 뛰어오르지는 못하고, 록키 동상과 나란히 사진만 찍었다. 록키처럼 손을 번쩍 들고 당당하게 섰는데 벌서는 사람처럼 보여서 그 사진은 올리지 않겠다.ㅎㅎ
*커버 표지는 미술관 입구 쯤에서 봤던 쿠르베의 Spanish Wo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