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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r 17. 2023

대전지부 전임일기(3월 전반부, 2023)

2023년 3월 1일-3월 15일

2023년 3월 4일,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전교조대전지부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주말 편안히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지금 제주도에 있습니다. 1~2월 방학 기간에 지부사무실에 출근하느라 방학이 없었던게 아쉬워서, 주말을 이용해 짧은 휴가라도 즐기고자 허겁지겁 제주도에 왔습니다. 오늘은 군산오름에 오르고, 성게라면을 먹고, 미술관 구경을 하면서 푹 쉬고 있어요. 지부장이 된 이후로 괜스레 항상 머리가 복잡해서 이번 주말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왔는데, 포도미술관에서 두 손에 붓을 쥐자마자 저도 모르게 이러고 있네요 ㅎㅎ


현재 제주도 포도 미술관은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라는 주제로 기획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 요코 오노의 ‘채색의 바다(난민보트)’라는 작품은 관객이 직접 벽에 메시지를 쓰도록 열려 있는 장소입니다. 푸른 바다와 같은 거대한 캔버스에 제가 “전교조대전지부” 7글자를 새기고 왔습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ㅎㅎ




요코 오노의 전시실을 나오는데 벽에 ”혼자 꾸는 꿈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메시지가 보였습니다. 흔한 클리쉐이지만 오늘은 왜인지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대전지부 선생님들과 함께 꾸는 꿈이 현실이 되면 좋겠습니다.


남은 주말 편안히 보내세요!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새학기, 힘드시겠지만 의미있게, 푸르게 그려나가시길 빌겠습니다.





2023년 3월 8일,

사계절 메뉴 열무국수,

자문변호사 계약 체결


점심시간마다 '내가 정말 학교 밖으로 나왔구나!'라고 실감합니다. 16년동안 어린이들로 가득한 시끌시끌한 급식실에서 밥을 먹거나, 도시락을 가져오곤 했는데 요즘은 점심시간마다 '어디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거든요. 오늘은 대전지부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매일돼지' 집에서 콩불(콩나물 불고기)을 먹었습니다. 산처럼 쌓인 콩나물과 고기를 앞에 두고 정책실장 조샘은 이걸 우리가 다 먹을 수 있겠냐고 걱정하셨습니다만, 제가 고기 한점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어 치웠습니다. 항간에 지부장이 식탐이 있다는 소문이 떠돕니다. 분명히 밝혀두지만 저는 식탐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냥 원래 많이 먹습니다;;


식사를 마쳤을 무렵 사장님께서 파란색 A4 용지를 조심스레 건네며 프린트 두 장만 해줄 수 없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식당 벽에 붙이는 안내문이 자꾸 떨어진다면서요. 총무국장님이 무슨 문구냐고 물었더니 사장님께서 또박또박 말씀하셨습니다.


"열무국수 사계절 됩니다"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정책실장님은 신나게 컴퓨터 앞에 앉으시더니 미리캔버스를 이용해 수준 높은 포스터를 뚝딱 만드셨습니다. 포스터를 본 매일돼지집 사장님은 박수를 치며 기뻐하셨답니다!



오후 내내 우리 사무처장님과 정책실장님은 메신저 요원팀을 꾸리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운영진들에게 일을 분배하고, 공석이 된 중등동부지회장 선거를 준비하며 분주하셨습니다. 저는 대전지부 직인과 사업자등록증을 꼭 쥐고 변호사 사무실에 방문해, 드디어 대전지부 전담 변호사 자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앞으로 지부 관련 사안을 변호사와 수시로 상담할 수 있고, 조합원 선생님들께 법률상담 서비스도 해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뿌듯함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3월 초, 많이들 바쁘시죠? 학교에서 얼마나 바쁘실 줄 뻔히 알면서도, 지부는 어떻게든 학교 현장과 연결되어야 하고, 함께 성장할 동료 선생님들도 꾸려야 하기에 조심조심 선생님들께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바쁜 3월이 지나고 한숨 돌린 얼굴로 만나 뵐 날을 고대합니다.   


아무리 바쁘셔도 건강 챙기는 거 잊지 마시고요!





2023년 3월 11일,

오직 한 사람


황화자, '오직 한 사람' (한겨례21, 박종식 기자)

‘유방암 진단받은 나한테/ 남편이 울면서 하는 말,/ “5년만 더 살어.”// 그러던 남편이/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손주 결혼식에서 울었다./ 아들이 동태찜 사도 눈물이 났다./ 며느리가 메이커 잠바를 사줄 때도 울었다.// 오직 한 사람 남편이 없어서.’ ―황화자, ‘오직 한 사람’


‘대전지부 전임일기’에 무슨 이야기를 쓸까 잠깐 고민했습니다. 대전지부 대의원을 구하느라 종종 거린 이야기, 대의원대회 식전 행사로 리코더 연주를 기획한 이야기, 대전경찰청 정보관이 지부사무실을 방문한 이야기,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홍보전쟁 등에 대해 잠깐 생각하다가 오늘은 이 사진 하나만 올리기로 했습니다. 한겨레 21 읽다가 보게 된 사진인데 보자마자 호흡기가 시큰거렸습니다.


사별한 배우자를 그리워하는 황화자님의 마음이 안쓰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저토록 그리운 ‘오직 한 사람’을 가질 수 있는 인생은 얼마나 행운인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대전지부 선생님들, 학교에서 전쟁같은 한 주 보내셨죠? 집에 있어도 자꾸 일 생각이 밀려오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리운 혹은 그리워 할 사람들과 마음 나누며 따뜻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3년 3월 13일,

일희일비 하지 말자!



오늘 지부 전임들은 대전지부 1년 예산안을 세우고, 조합원과 전화 상담을 하고, 끊길 듯 끊기지 않는 전임 회의를 하다가, 누군가 가져온 빵을 나눠먹는 바람에 점심을 거르고, 저는 내일 서울에서 있을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자료를 검토하다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을 맞았습니다.


지부 전임을 하다 보면, 사무실로 간간이 날아오는 전교조 탈퇴신청서에 가슴이 조여들고(우리가 뭘 잘못하고 있나?, 앞으로 전교조는 어떻게 될까?), 어쩌다 찾아오는 가입 신청서에는 기뻐하며 잠시나마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와 신기하다!, 왜 가입하셨을까?, 이유를 물어볼까?). 최근 주로 초등선생님들이 탈퇴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추측 가능한 이유들은 있지만 딱히 대책은 떠오르지 않는, 복잡하고 어려운 시절입니다.


하지만 전교조가 꽃길 걷던 시절이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내가 처한 상황과 시대적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한발씩만 걷자고 다짐합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겠습니다. 다들 좋은 밤 보내시길요!






2023년 3월 15일,

교사 정원 확보하라!


안녕하세요! 오늘 난생 처음 파란 투쟁조끼를 입고,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전교조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교원정원 수립 계획 추진을 규탄하고, 교원단체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하라는 요구를 전했습니다.


적정한 교사 수 확보는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교육부는 지금껏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교원정원산정 기준으로 잡아왔는데요, 이는 수업을 담당하지 않는 교사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현장의 실태와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교육부는 '교사 1인당 학생 수' 라는 단일지표 중심 교원수급이 아닌, 새로운 교육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교원수급계획의 실질적인 키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는 것 또한 변수이고요.  


현재 대전 지역도 교사 정원 감소로 인해 수업 시수가 증가하고, 학급 당 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중입니다. 전교조대전지부는 3월 말-4월 초,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고요, 또 현재 대전 교육현장의 실태 조사를 위한 설문조사도 실시하고 있으니 선생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설문 링크: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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