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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y 05. 2023

세월호 순직교사 추모사

2023. 04. 16. 국립대전현충원

_세월호 참사 9주기 순직교사, 소방관, 의사자 기억식

_2023. 04. 16. 국립대전현충원


고백하건데

지난 9년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저의 기억과 다짐은

조금은 의도적으로 옅어져 왔습니다.  

감히 핑계를 대자면 제 안의 분노나 환멸을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참사 이후 거대한 슬픔과 분노가 사회를 잠식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버린 모습들. 

결과적으로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어떤 것도 바뀌지 않은 사회에 대한 환멸. 

또 ‘내가 교사로서 그 배에 있었더라면’ 이라는 상상이 주는 

아득한 슬픔 같은 것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희생자들에게 미안하다, 라는 말을 전합니다.


세월호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좀 더 안전한 사회에서 살게 되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참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9년 전 304명의 목숨을 잃고도 

한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다시 158명의 목숨을 방치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뒤 만든 재난안전통신망은 무용지물이었고

여전히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조차 불분명합니다. 

9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여전히 한국은 사람을 죽이고 팔아서라도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입니다. 


저는 바다에서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나신 선생님들을 통해 

우리가 어떤 것들을 기억하고, 다짐해야 하는지 돌이켜봅니다. 


자신의 생명을 차가운 바다에 던진 선생님들은

이 걸신들린 세상에서

이윤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그것이 ‘사람’이라는 걸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안녕보다 학생을 더 소중히 여긴 선생님들을 통해

‘어른이자, 선생님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꽃같은 자식들을 그리고 그들의 미래를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 앞에서 약속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으라 강요하는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 


세월호에서 순직하신 우리 선생님들 앞에서 약속드립니다.

저는 그 무엇보다 인간을 우선시하는 사람, 

교사로서의 책임을 널리 인식하고 

행할 줄 아는 선생님이 되겠습니다. 


[2023년 4월 1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장 김현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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