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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y 05. 2023

21세기 열두살

2019.04.02.

결혼 안 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일 년에도 수십 번씩 듣다 보니 조금 귀찮아져서 책상에 가족사진을 붙여버렸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지만 타인의 나이, 결혼 여부, 자녀 계획 등에 대해 사람들은 관심이 많고 조금이라도 통념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겐 프레임이 걸리기 쉽다. 나야 뭐 소수자랄 것도 없는 삶이지만 미루어 추측해도, 21세기 한국은 조금이라도 궤도를 벗어난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오늘 수업시간에 짝 술래잡기 활동을 하는데 이성과 손잡기를 꺼려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잠시 앉혀 놓고 말했다. 사람을 사람 그 자체로 이해하고, 어울리는 과정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남자니까, 여자니까, 키가 작으니까, 어리니까, 외국인이니까라는 틀은 차별로 이어지기도 쉽고, 그런 틀 없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남녀칠세부동석 조선시대 어린이들처럼 살지 말고, 21세기 열두살답게 살아가는 게 어때요?!”


아이들은 ‘21세기 열두살’이라는 말에 꺌꺌 웃더니 손을 잡고 신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도 오늘은 21세기에 사는 기분이 났다.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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