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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y 05. 2023

어쩌면 결의란 혼자서 다지는 것

2023.04.22.

1월에 지부장 임기를 막 시작했을 무렵, 화가 나서 자다가 벌떡 일어난 적이 있다. 그 날 새벽 다짐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교육의 전문성, 교육운동의 자주성을 지키겠다고. 그리고 '웃으며 승리하겠다'라고, 잠옷 차림으로 화장실에서 이 꽉 물고 주먹 불끈 쥐고 결의했다.


‘웃으며 승리하겠다' 라고 혼자 결의했지만, 승리할 수 있을지 나야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웃고는 있다. 4월 20일 세종 결의대회 후 다음날 아침까지 우리 단체텔방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부장이 피켓을 거꾸로 들어 '위아래를 모른다', 무대 위에 선 모습이 '가수 같았다', 투쟁사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자랑스러웠다', '의미있는 결의대회였다' 등. 그 날 무대 앞에 있느라 나만 대전지부 단체 사진을 못 찍었다. 합성해 달라고 사무처장에게 졸랐더니 뚝딱 만들어줬다(댓글). 덕분에 다음 날 아침까지 우리는 함께 웃었다. 투쟁조끼나 팔뚝 각도 같은 것들이 함께 결의를 다지기 위해 중요한 요소인지 처음에는 나도 잠깐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숙고할 일이 많아서 잊은지 오래다.   


나는 우리 조합원들에게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과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지킨다는 안정감을 주기 위해 부족하지만 노력 중이다. 하지만 고백하건데 그 무엇도 내가 나로 서는 일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나는 믿음직스럽고 보기 좋은 인형이 되고 싶지 않다. 한 명 한 명을 독립적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교육+운동'이란 얼마나 형용모순인가. 한 명 한 명이 제대로 서지 못한 채 무슨 결의이고 연대인가. 한 번 사는 짧은 인생을 나는 그렇게 낭비할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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