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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y 05. 2023

그 절박함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2023. 04. 08.


나는 요즘 가슴 뛰는 고통 속에 30년간 지속된 운동권의 논리와 전략을 학습 중이다. 배워 익히고자 하는 학습이 아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저분들은 왜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가?' 라는 질문, 눈앞의 상황을 내 머리로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혼자 학습하게 만들었다. 내 가슴이 뛰는 이유는 마침내 실체에 다가섰다는 실감 때문이고 고통스러운 이유는 여러가지다. 일단은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진실은 없다, 라고 대충 정리해 두자.   


난관의 해결책을 머리로는 알겠다. 내가 너무 영특해서 답을 아는 게 아니다. 해결책은 이미 역사 속에 있고, 쉽지 않아도 그 길로 가야 한다고 현명한 자들이 외쳐왔지만 다수가 애써 외면해 왔을 뿐이다.  


다만 나의 손, 발, 심장이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괴롭다. 전태일은 '아 내게도 대학생 친구가 있었더라면'이라고 탄식했다. 그 절박함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도 요즘 비슷한 생각을 한다. 나와 같은 문제의식을 나눠 줄 젊은 선생님이 10명쯤 있다면. 그들이 나와 함께 손과 발을 움직여 줄 수 있다면. 내 심장이 교육과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오랜 시간 뛰어줄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할 수 있는 말은 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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