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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y 05. 2023

교육은 어디에나

2023. 04. 29.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순직교사 기억식에서 '추모사'를 발표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부담스러웠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무관심한 시민들 중 한 사람이었을 뿐이라 자격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날 밤까지 작성을 미루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기억식 아침에 감정이 북받칠까 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추모사 낭독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긴장이 풀린 후부터는 곤란할 정도로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희생된 선생님들의 얼굴과 이야기를 직접 마주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4월 16일 국립대전현충원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무엇이 나를 이렇게 동요하게 하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어린이 합창단 '하늘고래'가 내 앞에 서서 답을 노래했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꾼다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10살 아이들이 내 눈 앞에서 이렇게 노래하는 것 같았다. '바보같은 선생님아, 절망과 회의에 몸서리치면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싶어하는 선생님 마음이 교육이에요. 교육은 교실에만 있지 않아요. 어디에나 있어요.' 


17년 간 교사로서 학교에 있었지만 안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교육이 무엇인지 갈피를 못 잡을 때도 많았다. 지금도 여전히 헤메이지만 적어도 하나는 안다. 교육은 교실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의미를 생성하고 재구성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작용하는 모든 곳에 교육이 있다.


요즘 나를 보면 누구나 '수고하십니다, 고생이 많으시죠' 라고 한다. 고민은 많지만 학교 안에 있을 때보다 답답하거나, 고통스럽거나 힘들지는 않다. 한편으로는 마법 같다. 내게 주어진 역할이 아니었다면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세상을 경험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있다. 학교 밖에서 마법같은 교육의 예술성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하고 있다. 나는 정말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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