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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y 05. 2023

숟가락 하나, 민주주의

2018. 04. 29.

요즘 아이들이 과거와 달리 감성이 메마르고, 협력할 줄 모르며, 이기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일단 나도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연을 벗 삼아 들꽃처럼 자라는 동심이 뭔지 잘 모른다. 아이들이 협력할 줄 모른다는 말도 재밌다. 내가 볼 때 많은 어른들도 협력할 줄 모른다. 그래야 하는 상황에 처해본 적도, 학습의 기회도 많지 않았다. 현재 사회 흐름 자체도 각자도생의 늪이다. 어른들이 할 줄 모르니 아이들에게도 필요 없다거나, 어른부터 정신 차리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아이들의 지성과 감성에 대한 판단이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요즘 아이들 문화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하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학생이었을 때 나는 일단 집에 오면 내 시간이라는 걸 가졌다. 핸드폰도 없었고, 전화 통화를 해도 부모님 눈치가 보여 오래하지 못했다. 특히 밤에는 내 방에 쳐 박혀서 혼자만의 시간에 흠뻑 빠져 있곤 했다. 요즘 학생들은 잠자기 전까지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싸우면 집에 와서 열을 식히고, 다음 날 학교에서 쑥스럽게 혹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대화하는 일이 많았다. 지금은 학교에서 문제가 벌어지면 집에 가서도 끊임없이 싸움을 한다. 학생들의 단톡방은 쉼 없이 움직인다.  


혼자 있는 시간이란 즐겁지만 때론 견뎌내야 하는 고통이다. 고독, 분노, 번민같은 감정을 스스로 가라앉혀 보기도 하고, 고민 끝에 혼자 깨닫기도 하는 과정을 거쳐 본 사람만이 자기 생각을 할 줄 아는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권위있는 자의 목소리, 다수의 의견에 살포시 파묻혀 숟가락 하나 얹는 건 ‘협력’도 ‘연대’도 아니다. 그런 모습을 우리는 흔히 '야합' 내지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부른다. 이 관점에 입각해 보면, 나는 현재 어른들과 아이들의 문화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그나마 아이들에게는 '나이, 유연성과 가능성'이라는 면죄부가 있다.


2018. 0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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