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희 Oct 04. 2023

간단한 진실을 더 이상 회피해선 안된다

2023. 07. 20.


나는 임기의 1/4을 달려왔고 이제 1년 반의 시간이 남았다. 남은 임기는 오로지 교육권 투쟁을 위해 싸워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당연히 내가 할 일이다. 나는 노동조합 지부장이다. 교사에게 교육권은 노동권이며, 노동권은 생존권이다. 노동조합으로서 기본적 책임도 다하지 못하면서 허황된 소리나 떠들고 싶지 않다. 


교육권 투쟁의 절반은 내부 투쟁이다. '학생 인권 때문에 교권이 무너졌다', '오직 교사의 이권만이 중요하다'라는 보수적인 관점 못지않게, 소위 급진적 학생인권운동가들의 관점도 왜곡되어 있다. 급진적이어서가 아니라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문제다. 중요한 건 객관적 사실을 바로 보려는 노력, 모든 요소의 상호관계를 통찰하는 관점이다.


교사에게 교육권이 있어야, 교사가 노동할 수 있어야 학생도 배울 수 있다. 성장할 수 있다. 이 간단한 진실을 더 이상 회피해선 안된다.


이틀 동안 한 교사의 죽음을 둘러싼 비통함, 가짜뉴스, 선동, 혐오와 갈라치기, 조합을 향한 무언의 압력과 다그침이 강처럼 흘렀다. 그 속에서 내가 유일하게 사실로서 자각한 '실체'는 교사들의 분노와 무기력감 뿐이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어쩌면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저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합원을 믿고 돌파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