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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Oct 04. 2023

9월 2일 검은 뒤통수

대전시교육청 체험학습 철회 종용 사태 

대전시교육청이 9월 4일 교사들의 연가와 병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학부모들의 체험학습 신청까지 막고 있다. 9월 1일 금요일 오후, 교육청은 체험학습 안내 가정통신문을 보낸 학교장들에게 전화해 "가정통신문을 다시 내보내라, 응하지 않을 시 중징계를 내리겠다" 라고 겁박했다. 부교육감, 국장, 과장, 장학관이 한 명의 교장을 대상으로 한 자리에서 통화하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직장 내 괴롭힘이고, 같은 행동을 학생들이 했으면 학교폭력으로 신고당했을 거다. 


대전시교육청은 전교조대전지부에게도 4시 30분 추모집회 시간을 늦추라고 종용했다. 회유하고(5시 이후로 늦추면 퇴근 후 많은 교사들이 참석할 수 있지 않겠니?), 협박하면(교육청이 교사들을 징계하면 전교조대전지부가 책임져!) 달라질 것 같나. 누구처럼 '대전시교육청의 협조' 받으며 추모제를 열 수 있으면 성은이 망극해 감동의 눈물이라도 흘릴 줄 알았나. 


우리가 대전 지역 추모집회 시간을 '4시 30분'으로 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공교육 멈춤의 날 서울에서 열리는 9. 4 집회 시간이 4시 30분이기 때문이다. 서울 9. 4 집회는 7차까지의 집회와 마찬가지로 단체의 주관이 아니라 검은 점들의 자발적 연합이다. 다만 9. 4 는 처음 열리는 평일 집회라 교사 집단 내부에서 격렬한 논란이 발생했고, 집회 운영팀이 엄청난 공격을 받고 해체됐다가 다른 분들이 겨우 팀을 다시 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9. 4. 검은 점들이 교육부의 위협과 내부의 (더 아픈) 분열에도 불구하고 총대를 멨고, 교육부는 ‘멈춤’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온라인 집회’와 퇴근 후 ‘저녁 집회’를 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노조가 나 몰라라 '5시 30분'에 교육청 '내'에서 추모제를 연다는 건 나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9. 4 집회팀과 참가자들이 누구인지 모르고 그들은 전교조대전지부에게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원노동조합은 교사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우리는 뒤에 서라면 뒤에 서고 옆에 서라면 옆에 선다. 하지만 외면하진 않을 거다. 이것이 우리의 엄호와 연대의 방식이다.


4시 반 집회를 뒤로 미루라니. 당신들은 전교조대전지부를 돈 받고 관제집회 여는 어용노조쯤으로 아는건가. 아무리 각자 갈 길 다르다지만 최소한 예의는 좀 지키자. 교육자치와 교육민주화도 능력이 있어야 실현된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다만 교육청 고위 관료라는 사람들이 직장 내 괴롭힘과 학교폭력을 조장하는 건 우습지 않나. 9월 4일 4시 반엔 철 좀 듭시다 거! 


(관련한 대전지부 성명서 “대전시교육청은 교원 겁박, 학부모 의사결정 무시, 학교 사찰 공식 사과하라!”)

https://chamdj.eduhope.net/bbs/board.php?bo_table=maybbs_c_1&wr_id=14456&menu_id=0


(점으로 참여했다가 발각된 검은 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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