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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Oct 04. 2023

엄호, 연대, 연결

2023. 8. 31.

94 집회 운영팀이 교육부의 징계 위협과 교사 집단 내부의 공격으로 해체됐다. 나는 더 이상 이 흐름에 몸을 맡겼다간 내 정신이 온전치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94 집회 2차 운영팀이 어렵게 꾸려졌단 소식이 들렸고, 우리가 '서울 집중' 혹은 '대전 집회'를 논의하는 와중에 교총은 '5시 반'에 대전교육청 '안'에서 추모제를 한다며 처음으로 먼저 대전지부에게 연대 제안을 했다. 


여러 변수와 가능성을 두고 전임 회의를 하던 중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키친 테이블을 붙잡고 꺼이꺼이 울었다. 정치적 판단에 신물이 났다. 나로선 ‘총대 멘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교육부 위협 따위에 꺾일 수 없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독립투사 나셨다고 비웃어도 어쩔 수 없다. 불필요한 논란과 비난은 피해야 하고, 선생님들은 단체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원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는 마지노선에 다다랐다. 이 선을 넘으면 나는 내가 아니고 전교조는 전교조가 아니다. 대전지부는 가장 큰 위협에 노출될 분들에 대한 '엄호'와 '연대', '연결'의 키워드로 우리 방식대로 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아침부터 펑펑 울고 퉁퉁 부은 얼굴로 인디스쿨에 간단한 안내 게시물을 올렸다. 내 닉네임은 '전교조대전지부장'. 첫 댓글로 '전교조ㅡㅡ'라는 댓글이 달렸다. 내게도 본격적으로 혐오 공격이 시작되는 건가 싶었을 때 갑자기 익명의 선생님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함부로 낙인찍지 말라', '대전지부장은 개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쓴 책 밑줄치며 읽었다', '우리는 원팀이다', '갈라치지 말라'.... 황당무계하게도 이번엔 키보드를 붙잡고 울었다. 나는 다시 꾸려진 94 집회팀에 누가 참여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얼굴 모를 검은 점들을 지켜주고 싶은 내 마음 그대로 익명의 선생님들도 서로를 지켜주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지부장 눈물 방류 사태 후 대전지부에 조합 가입 신청서가 하나 둘 날아들고 있다. 가입 사유를 물으니 최근 전교조의 활동 모습을 보며 '역시 전교조구나'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대전지부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인 모양이다. 나는 조합원 확대에 큰 욕심 없다. 그냥 이렇게 하나 둘 자리를 찾아가면 된다. 이제 실력과 진정성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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