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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Oct 22. 2023

늘봄학교, 우리가 바라는 미래 사회의 모습이 아닙니다!

2023. 10. 21. 집회 발언문

2023. 10. 21.  국회의사당

전교조는 지난 10개월간, 늘봄정책이 예산만 낭비하는 포퓰리즘 정책임을 밝혀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호 장관은 ‘2027년에 늘봄전담교사를 배치’하고, 올해 안으로 ‘늘봄특별법’까지 만들겠다고 합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획일적 잣대로 교사 정원을 줄이는 마당에 ‘늘봄전담교사’가 웬 말입니까. 교육적 관계를 파괴하고, 교육활동을 한없이 위축시키는 아동학대처벌법도 개정이 요원한 마당에 ‘늘봄특별법’이 웬 말입니까. 도대체 교육부의 눈과 귀는 누구를 향해 있습니까.     


며칠 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캘리포니아의 ‘분리형 모델’을 차용해, 늘봄정책으로 인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지 않을 거라 호언장담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모델이란 말에 저는 헛웃음이 나고 말았습니다. 한국의 고유한 조건과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어디선가 좋아 보이는 건 다 주워와서 마구잡이로 학교에 욱여넣는 나쁜 습관을 교육부는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여름 내 거리에서 생존권과 교육권 보장을 외쳤는데도,

행정업무 줄여준다는 말로 교사들 우려가 잠잠해질 거란 단세포적 사고방식에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선생님들! 우리가 늘봄학교를 반대하는 이유가 오로지 업무 증가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저는 교육인의 양심을 걸고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늘봄학교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양육자와 교류하고 애착을 형성할 시간, 학교 일과가 끝나면 편하게 쉴 수 있는 아동친화적인 공간,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정신없이 바쁘기만 한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맞춤할 수 있는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장관과 대통령이 단 하루라도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에 머물러 보십시오! AI 교육, 코딩 교육, 미래교육 확실히 시켜드릴 테니 일과 후에도 끝없이 수업 받아보십시오. 저녁 8시까지 가족 얼굴 한번 못 보고, 일과 후에 쉬지도 못하고 학교에만 있게 하는게 아이들을 위한 정책 입니까? 늘봄정책은 어른들의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아이들에게 자행하는 국가의 폭력입니다.     


선생님! 학교에 필요한 것이 늘봄예산입니까?

대전의 경우 시범운영 20개 학교의 6340여명의 학생 중 아침 돌봄에 참여하는 학생은 63명, 1%에 불과합니다. 저녁 돌봄에는 31명의 학생, 즉 0.4%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녁 돌봄 프로그램은 대부분 5시에 끝납니다. 7시까지 운영하는 학교는 2개 학교에 불과합니다.


1%, 0.4%의 학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이 정도 수요라면 기존 돌봄 시스템 안에서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데도, 교육부가 전시성 정책에 엄청난 예산을 퍼부으며 자화자찬 실적잔치만 벌이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각 학교 담당자들은 늘봄예산이 너무 많이 교부되어 프로그램을 쥐어짜냈습니다. 늘봄예산으로 교사 문화 연수를 실시하고, 학부모 대상 도마 만들기 특강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돈이 남아 돌아 늘봄예산으로 A4 용지, 복사기 등을 구입하며 비품 예산을 돌려써야 했습니다. 이런 우스운 현실이 정부가 좋아하는 경제논리에라도 부합합니까? 보편 교육을 위한 예산이 대다수의 학생이 아니라 특정 사업만을 위해 이렇게 낭비되어도 되는 겁니까?      


내년도 유초중등 교육예산은 7조 1천억 삭감됐습니다. 정부는 세수가 감소하자 그 어떤 분야보다 교육,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줄였습니다. 말로는 교권 보장, 개인 맞춤형 교육, 기초학력 보강하겠다면서 위기 행동 학생을 분리조치할 수 있는 인력과 재정 대책도 없습니다. 정부는 말장난하지 말고 교육예산 증액하십시오. 늘봄정책 당장 철회하고, 안 그래도 부족한 교육예산 낭비를 당장 멈추십시오.     


선생님! 늘봄학교가 사교육 경감과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어른들이 더 오랜 시간 일할 수 있게 아이들이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학교에 머물게 하는 사회, 이런 모습의 사회가 과연 우리가 원하는 미래입니까?     


2023년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습니까? 저녁이 있는 삶과 노동시간 단축!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왔습니다. 정부는 어른들이 더 많이 일하게 할 꼼수를 찾지 말고 노동시간 단축하고, 양육자들이 가정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대안을 말하라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늘봄학교의 대안은 늘봄학교를 안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미 여러 마을과 지자체에서 돌봄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전의 경우도 대전시,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이 협력하여 상상마을학교, 유성아이점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마을 공동체 운영을 확장하고 내실화해 각 가정의 돌봄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대안입니다. 아이들이 학교 일과가 끝나면 자신이 속한 마을에서 쉬면서, 놀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 대안입니다.     


교육부에 엄중히 경고합니다. 학부모의 악성민원과 학생의 위기 행동만 교권침해가 아닙니다.

교사들의 몸과 영혼을 정부의 치적놀음에 동원하는 이 모든 전시성 정책들도 교육권 침해입니다.

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흔드는 늘봄특별법 제정,

교육전문성의 개념을 훼손하는 늘봄비교과교사선발 계획도 교권침해입니다.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교사들의 열망을 짓밟고, 현장의 의견을 묵살하고,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거리로 나와 늘봄정책 폐기를 부르짖게 만드는 교육부. 당신들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교권침해입니다.     


1. 어른들 노동시간 늘리자고 아이들에게 국가폭력, 늘봄정책 반대한다!

2. 교육전문성 침해하는 늘봄특별법, 늘봄 비교과교사선발 계획 즉각 철회하라!

3. 전시행정, 불통행정도 교권침해다, 실속없이 예산만 낭비하는 늘봄정책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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