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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Feb 25. 2024

교육의 돌봄적 속성

2024. 1. 17.

교육의 돌봄적 속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돌봄은 관계, 애착, 휴식, 정서, 교류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본래 교육과 돌봄은 칼로 무베듯 구분하기 어렵다. 인간을 직접 대면하는 노동 그중에서도 교육과 의료에 돌봄적 속성이 강하다. 하지만 이것이 학교에 돌봄 기능을 무리하게 욱여 넣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철학과 사상', '행정'은 현실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구현된다. 교육은 삶이자 관계이고 치유이자 성장이라는 철학과 사상을 행정 영역에서의 돌봄에 그대로 대입할 수 없다는 의미다. 


늘봄정책은 이미 실패했다. 수요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늘봄’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시범운영 지역이었던 대전 대부분 학교에서 저녁 돌봄 프로그램은 5시에 끝났다. 7시까지 운영하는 학교는 2개에 불과했고, 이용시간 또한 대부분 1시간 미만에 그쳤다. 20분 이상 늘봄학교를 이용하는 학생이 아예 없는 학교들도 있었다. 애초 이 정도면 기존 돌봄 시스템안에서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요였다. 


늘봄정책의 핵심이었던 아침 돌봄, 저녁일시돌봄은 올해 대전에서 사실상 폐지됐고 '미래형 방과후학교'가 남았다. 이건 기존 방과후학교에 프로그램을 몇 개 더 증설하는 형태일 뿐이라, 사실상 늘봄정책의 골자는 무너진 상태다. 수요 조사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정책은 엄청난 예산만 낭비하고 현장 혼란과 불신, 갈등만 증폭시켰다. 


돌봄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돌봄의 중요성과 가치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어른이 아닌 아이들 입장에서, 선거와 정치논리가 아닌 교육과 돌봄의 입장에서,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 사회의 입장에서 다시 검토하자는 말이다. 돌봄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마을교육공동체형, 거점 돌봄 센터형, 공동육아형, 협동조합형 등이다. 지역마다 지자체 현황, 인구 규모,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지리적 특성, 학교와 강사 현황 등을 고려해서 각자 최선의 모델을 선택하고 육성할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거다. 


돌봄을 무조건 학교에 욱여넣겠다는 교육당국의 무대포 정책도 문제이지만, 돌봄공백이 한국 교사들의 짧은 연간 수업시수 때문에 발생했다느니, 늘봄정책 반대는 교사 이기주의일 뿐이라는 시선도 문제적이다. 타직종에게 한국 교사들의 행정업무량에 대한 깊은 이해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공교육 기관의 목표, 교사의 핵심 직무까지 자의적으로 논하고 판단해선 안된다. 여름 내 이어진 교사들의 외침을 듣고도 망가진 교육현장을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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