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교육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희 Feb 25. 2024

민주주의가 공기처럼

2024년 1월 24일 첫 번째 '열광의 밤'이 열렸다. 방학 기간이라 참여도가 높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32명의 조합원들이 반짝거리며 나타나 회의실을 가득 채워주셨다. 


나는 인사말로 이런 말씀을 드렸다. "민주시민 교육을 해야 하는 학교이지만 교사로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기 힘들다. 교장의 성향과 의사, 학부모 민원에 따라 결정이 좌지우지되거나, 맥락 없는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그에 대한 환멸과 분노가 있다. 전교조만큼은 그러지 말자. 기층 조합원들의 의지와 뜻에 의해 움직이는, 민주성이 살아있는 조직을 만들자."


설레는 분위기 속에 6개 팀별 논의가 시작됐다. '중등지회'는 교사정원감축으로 나날이 늘어나는 수업시수와 업무, 그로 인한 교육의 질 하락, 생활부장 수업시수 상한제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정원감축의 직격탄을 맞은 중등이 중심이 되어 정원 투쟁과 한시적 기간제교사에 관한 로드맵을 짜기로 했다. '초등지회'는 조합원 참여 활성화 방안과 시도별 학교업무지원센터의 차이를 분석했다. 초등지회 선생님들은 부산과 대전의 업무지원센터 조직구성과 지역별 학교 수까지 꼼꼼하게 분석해 대전 학교지원센터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정책실'은 대전교육청의 '방과후학교돌봄지원센터'와 '학교지원센터'가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게 하는 방안 마련을 위해 자료조사, 현황 파악 등을 토의하면서 교육활동 지원을 위한 센터 업무의 우선순위를 선별했다. '영양교사위원회'는 산업안전보건법 관련한 세부사항 등을 공유하며 이것이 비단 영양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연결되는 지점과 맥락을 짚었다. 보건안전교육 이수거부, 위험성평가 외부위탁 요구 등 이후 과제도 선정했다. '보건교사위원회'는 성고충상담의 역할을 내부 인력인 보건교사가 수행하며 발생하는 공정성과 전문성 하락의 문제를 지적했다. 심폐소생술과 일반 결핵 검사를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업무정상화 방안도 제시했다. '유치원위원회'는 정시출근과 정시퇴근 쟁취가 숙원일만큼 악화된 유치원 교사들의 노동 상황을 공유했고, 유아들을 위한 질높은 간식(제철 음식 확대)과 급식 제공을 위한 교육청 차원의 방안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열띤 토론과 공유 속에 많은 네트워크가 생성됐다. 교과 교사들과 보건/영양 교사들이 서로의 고충과 상황을 이해하는 물꼬를 텄고, 유치원 교사들의 노동환경을 듣고 교권국이 즉시 법적 근거와 해결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나는 조합원들이 말씀하신 내용과 주문을 꼼꼼하게 설계해 정책에 반영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활동가들의 힘만으로는 안된다. 조합원들이 지부와 긴밀히 연결되고 협력해서, 그 힘으로 함께 대전 교육을 바꿔보자는 요청에 많은 조합원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며 만났을 때만 나오는 관계성, 추진력, 아이디어와 시너지가 있다. 앞으로 '열광'은 이 에너지의 추진체로 굳건히 자리 잡을 것이다. 1월 24일 전교조대전지부 열광의 밤, 우리가 샌드위치 하나 먹고 불태운 밤에는 민주주의가 공기처럼 흘렀다. 함께 해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 안전사고 관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