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언론창(2024. 03. 01.)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계획을 밝혔다. 20년 동안 동결했던 의대 정원이 65% 늘어난다. 증원에 반발하는 의료계, 감축에 반발하는 교육계는 뒤집힌 데칼코마니이다. 교육부는 2023년 신규교사 임용 규모를 2,200여 명 감축했다. 2023년 교원정원은 전년 대비 2,982명 줄었고 2024년도에는 2,500명이 감축됐다. 교사 수 감소로 학급당 학생 수, 교사 업무와 수업시수가 증가해 우리 지역, 특히 중등 현장에선 비명이 터졌다. 물론 교육과 의료 영역은 단순 비교 대상이 아니다. 직업윤리를 쟁점으로 다툴 사안도 아니다. 핵심은 교육계와 의료계 모두 인력 수급 정책에 실패했단 사실이다. 양상은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룬다.
교육계와 의료계 정원 논란 현상의 근원은 같다. 저출생 고령화 즉 늙어가는 인구 구조가 원인이다. 학령인구는 무서운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약 8년 동안 연평균 약 15만 명의 학생이 줄어든다. 15년 뒤에는 중·고등학생의 수가 올해의 절반가량 감소한다. 반면 한국 의료 시장은 기술과 제도의 변화가 없어도 연간 6%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은 자명하다. 거주, 일자리, 교육, 의료 분야를 개혁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 물론 말은 쉽다.
정원 논란의 최종 책임은 역대 정부에 있다. 의사 수급 실패의 원인을 이익단체의 이기주의로 보는 여론이 높지만, 단체의 입장은 인간 본성의 반영일 뿐이다. 정부의 무책임과 무계획 양상은 교육계도 다르지 않다. 교육부는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에서 교원 양성기관에 관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중등과 달리 초등교원 수급은 특수목적대학인 교대를 통해 체계적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제 초등 교직마저 임용시험 합격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초등교원 채용이 2013년 7,365명에서 2023년 3,561명으로 줄어드는 동안 교대 입학정원은 한 명 줄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명확한 상황에서 역대 정부와 교대들이 폭탄 돌리기만 한 결과다. 정부는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정책 발표 후 반발이 거세자 급히 철회하기도 했다. 교원 수급에 대한 장기 전망은커녕 기초적인 수요 공급 계산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교육계이든 의료계이든 정원이 불변할 필요는 없다. 미래 수요에 대비한 조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의료를 시장 논리에 맡길 수 없듯 교육도 단순 경제 논리로 풀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교사 정원 산정의 고려 변수는 예산과 인구만이 아니다. 공교육에 대한 요구 수준은 높아졌다. 학교를 향한 상담, 복지, 돌봄, 개별화 요구도 안팎으로 거세다. 기초학력 부족, 정서행동 위기, 특수교육 내지 경계성 학생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고, 학교의 행정 업무 총량은 늘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와 예산 부족 때문이라지만 교육부가 책정한 AI 활용과 에듀테크, 각종 전시성 사업 예산 규모를 볼 때 설득력이 부족하다. 문제는 관점이다. 정부는 교사 즉 사람을 감축할 ‘비용’으로 본다. 정부는 교육의 핵심인 '관계', '상호작용', 교육 인력과 교육계 전체 역량의 복잡한 '역동'을 무시하고 기계적으로 교사 정원을 산정하고 있다.
교육은 생태계다. 복잡한 적응 시스템은 투입과 산출의 원리에만 의존하기 어렵다. 교육정책은 진화, 적응, 관계, 유기적 상호작용을 살피는 생태적 관점이 필요하다. 교육을 생태계로 보는 관점은 증원, 감축 결정 못지않게 인력 배치, 상호의존, 협력과 분업, 네트워크와 지속가능성 등을 중시한다. 증원과 감축만이 능사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의대 정원을 늘려도 늘어난 인력을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에 배치하지 못하면 의료공백 사태는 계속된다. 교사 정원도 배치 방식의 다변화, 공교육의 질 향상의 복합 맥락에서 풀어야 한다. 그 대안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 교사 양성(학습지원, 생활교육, 정서행동, 놀이교육, 특수교육 등), 업무와 역할 분업 체계를 재편하는 교원 수급 정책을 들 수 있다. 각론보다 중요한 건 관점의 변화다. 교육을 생태계로 보는 관점은 '교육적 가치'(교사 정원 확보를 통한 ‘공교육의 질 향상’)와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 구조적 변화'를 제로섬 게임으로 몰지 않는다.
의료관리학은 보건의료 정책의 근본을 의료 인력 정책으로 꼽는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 역시 교육 인력, 교사 수급 정책이 기본이다. 의대 정원 65% 증원의 파격은 사실상 파국의 수치다. 정원 문제 해결을 지연한 대가로 필수의료 공백과 지방의료 붕괴를 막지 못했다. 대책 없는 규모의 증원과 감축보다 암담한 건 정부의 주먹구구식 경제 논리다. 학생들 곁에서 교육현장을 지키는 교사는 비용으로 처리하고 에듀테크 등 눈에 보이는 사업에만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다.
교사 정원을 가꾸는 관점의 변화를 통한 교육생태계의 전면 개편이 요구된다. 학령인구 감소, 교직 선호도 추락, 부장과 담임 기피, 이직률 증가, 업무 증가, 공교육을 향한 다층적 요구 등 교육생태계 개편이 절실한 근거는 차고 넘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실기하면 어떤 파국의 수치가 교육계에 닥쳐올지 모른다.
https://www.educh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