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용기있어 보이는 사람이 뭐 하러 울고 불고 한 이야기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냐는 의견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또 혹시 내가 구성원들에게 불필요한 불안을 조성하는 걸까 싶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이 일을 하면서 넥타이 맨 진지한 얼간이들의 실체를 자주 맞닥뜨렸다.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고, 교육계에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개뿔 아는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대세에 순응하기, 교육부에서 시키는 대로 하기, 조직에 충성하기 밖에 모른다는 사실을 학교에 있을 때보다 훨씬 리얼하게 마주했다. 지난해 고 용○교사 추모 집회 때, 삿대질하는 행인에게 대전교육감이 버럭 화를 내는 걸 가까이에서 봤을 때도 나는 진심으로 경악했었다. 교육계의 리더라는 사람이 이 정도 절제 능력도 없구나, 늙은 아이가 145만의 대전교육을 10년째 이끌고 있었구나, 싶어 숨이 막혔다.
나는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잘 못 견딘다. 뱅뱅 돌려 말하는 것 질색이고 늘어지는 회의도 싫어한다. 까칠하지만 잘 웃고, 세상 해맑아 보인다지만 마음 줄 수 있는 사람들 곁에선 종종 울기도 한다. 노동조합 지부장처럼 안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이 재밌을 때도 있고 편치 않을 때도 있었다. 아버지처럼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십에 익숙한 사회에서 나로 인해 우리 구성원들이 불안함을 느낄까 봐서다. 나는 어딜 보나 십자가를 진 선도투쟁 리더형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한다. 책임져야 할 순간에 도망치지 않는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빠르게 사과하고, 내 의견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악마화하지 않는다. 권한을 쥐고도 행사할 줄 모르는 일군의 얼간이들보다 용기나 결단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혹은 익숙한 리더가 어떤 모습인지 알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맡은 역할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고 싶을 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숨기거나 외면하고 싶지 않다. 부족하지만 자라고 있고 현재로서 내가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라면, 그거면 됐다.
(사진은 귀국 하루 전에 들렀던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찍었다.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