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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y 24. 2024

언어습관

2024.05.05.


나는 자타공인 잡식성 대식가에 괴상할 정도로 무던하고 물욕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특정 부분에 대해선 자타공인 까칠왕인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특히 언어습관에 예민하다. 일단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 싫다. '이심전심' 같은 소리하지 말고 고마우면 '고맙다',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도 '미안하다'라고 사과하는 태도가 좋다. 나는 상대방이 큰 잘못을 해도 깔끔하게 사과하면 그 자리에서 풀고 덮는다. 사람이 매사 완벽할 순 없고, 과거보다는 미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을 뱅뱅 돌리거나 끝까지 자존심 따위를 세우고 있다면 절대로 어물쩍 품어주거나, 용서하지 않는다. 교실에서도 엄격했고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하지만 바로잡지 못한 과거는 반드시 미래에도 영향을 끼친다. 


나는 신조어나 줄임말을 남발하는 말버릇이 싫다. 특히 공적인 자리라면 경박해 보이는 건 둘째치고 '배려가 없다'라고 느껴진다. 요즘 특히 이런 분들이 자주 눈에 띄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짧은 혀와 손가락만큼이나 생각도 짧아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반대로 장황한 말투, 떠보는 화법도 싫다. 자기 생각을 밝히지 않고 떠보는 화법은 한국, 특히 충청도 특유의 화법인데 대전 출신인 내가 이런 말투를 유독 못참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정직하지 않고 사람을 조종하려는 듯 느껴져서 어려서부터 싫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모든 사람이 매사 직구만 던지고 살 순 없다. 하지만 최소한 타인의 깊은 생각을 알고 싶다면 자신의 패부터 까야 한다. 떠보는 화법을 구사하는 분들은 겉으로 점잖은 말투를 사용하더라도 교만, 음흉, 예의없게 느껴진다. 나의 정신노동, 해석노동은 소중하다. 대화를 통해 좋은 영감과 영향을 주고 받기만도 내게 주어진 시간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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