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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y 31. 2024

2024. 5월 대회 후기

그동안 전교조 전국단위 행사를 다녀오면 대부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부장이 되기 전엔 다녀본 경험 자체가 많지 않다). 작년 5월 전국교사대회 이후 털어놓기 힘든 허무감에 한동안 시달렸고, 전국대의원대회는 매번…음;


올해 전교조 창립 35주년 전국교사대회는 내부적으로 훌륭했다. 군더더기 없는 진행, 다양한 부스 운영 등으로 조합원들의 색깔을 표현한 아이디어도 좋았다. ‘100인의 결의문 낭독’을 통해 더 많은 조합원들이 주인공으로 설 수 있게 한 기획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무대 뒤에서 얼마나 애쓰셨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만 외부와 단절된 '우리들만의 잔치'였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이런 형식의 '잔치'라면 굳이 휴일에 국회 앞에 모일 필요도 없었다. 의사결정 과정 경로를 아는 입장에서 볼 때, 누구의 잘못이라 보긴 어렵다. ‘투쟁’과 ‘잔치’라는 타협의 산물 내지 전교조란 조직 자체가 과도기적 이행기에 있지 않나 싶다.   


사실 나는 지난달 중집에서 5월 전국교사대회 ‘폐지' 혹은 동시다발 ’지역별 기획', 집중과 투쟁에 방점을 찍겠다면 '시기와 장소 전면 수정' 의견을 냈었다. 지난 토요일, 많은 분들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교사대회의 의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는 여전하다. 현재 교사대회는 2% 핵심 조합원과 퇴직 교사들의 행사에 가깝다. 주말 하루를 통으로 비워, 먼 지역의 경우 왕복 10시간을 버스에서 버텨가며 서울까지 올 조합원이 많을 수가 없다. '의리'로 참가하는 선배 조합원들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고, '투쟁'과 '생일잔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도 힘들다. 전국교사대회를 매해 5월에 꼭 해야겠다면 조합원들의 즐거운 축제로 자리잡게 하고, 집중 투쟁은 ‘의제’ 중심으로 순발력있게 집행하는게 좋다고 보는게 내 입장이다. 정해진 답은 없다. 전교조는 모든 면에서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집회를 열면 지부장들은 항상 맨 앞 줄에 앉는다. 신분 노출의 위험을 지부장단이 진다는 의미인 것 같다. 무대 앞에 앉으면, 보이는 것들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일부러 눈 하나는 무대 위에, 또 다른 눈 하나는 뒤통수에 붙여둔다. 들리는 것만큼이나 들리지 않는 것들도 많아진다. 귀 하나는 휴일 10시간 버스 왕복도 마다하지 않는 2%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른 귀 하나로는 98%의 침묵의 목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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