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에 앞서, 간단히 인사 말씀 올립니다.
어제 아버지 발인이 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평생 강직한 공직자의 길을 걸으셨고,
자신의 직위와 권한을 기득권의 이익이 아닌,
전체 사회를 이롭게 하는데 쓰셨습니다.
관료제 체제하에서, 공무원이 공익과 공공성
실현을 위해 헌신하려면
강인한 의지와 유연한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걸,
저는 아버지를 통해 배웠습니다.
제가 선생님이자, 전교조 대전지부장이란 사실을
언제나 자랑스러워하셨는데,
지난 3일 자랑스러운 우리 선생님들이
아버지의 마지막 길 함께 배웅해주셔서
뿌듯해하셨을 겁니다.
이 자리 빌어 깊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교원업무경감 집회를 기획하며
십 수년 전, 제가 첫 발령을 받았던 학교에서의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대전교육청에서 학교 장학을 나왔고,
5년차 이하 저경력 교사들을 소집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교육청 관료는 저희에게 학교생활에 힘든 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주저없이 말했습니다.
“행정업무가 너무 많습니다. 수업에 담임업무하기도 버거운데 일반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시간과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자 교육청 관료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선생님, 교육청은 업무가 더 많습니다. 우리도 정시 퇴근을 할 수 없어요.”
저는 지금도 그때 생각이 나면 주먹을 불끈 쥡니다.
교육청 관료 한 명 표적삼아 악마화하자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은
‘누가 더 업무량이 많은가’ 따위가 아닙니다.
“내가 교사인지 행정직원인지 모르겠다”는 자괴감에 허덕이는 선생님들,
밤이 되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대전교육청의 수많은 문서와 절차들,
그 업무들은 과연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 교육현장을 이롭게 하는데 쓰이고 있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중요한 질문이 아닙니까.
현장 교사들이 ‘국정과제 수행하다가 짬내서 수업한다!’, ‘교육지원청이 아니라 교육방해청이다!’라는 현장의 성토가 일상화될 동안 대전시교육청은 도대체 뭘하고 있었습니까.
교육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학교를 정권의 공약실현과 정책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학교를 착취하고 있습니다.
현장이 이렇게 아수라장인데 대전시교육청은 여전히
교육부가 하달하는 업무 지시 수행에만
급급해 하고 있진 않습니까.
공직자의 직위와 권한을 전체 교육환경을 위해
쓰지 않고, 정권의 비위맞추기, 관료들의 권력 유지에만 쓰고 있진 않습니까.
교무실과 행정실의 업무 갈등은 날로 심각해져 가는데
교장들은 뒷짐만 지고 있고,
교육청은 학교업무표준메뉴얼조차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전시행정, 교육활동과 무관한 업무 부여도 교사 노동권 침해이자 교권침해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그럴싸한 교권침해 대책보다 더 중요한 건
관리자들과 교육청의 정당한 권한 행사입니다.
선생님들께 묻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곳에 모인 이유가 단지 일하기 싫어서입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고 싶습니다.
교사로서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겠다!
힘모아 선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 집회를 통해 우리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맞춤할 수 있는 교육환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가르치고 싶다!” 같은 구호 3번 외치며 발언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는 가르치고 싶다”_6.18.교원 행정업무 경감 촉구 대전교사집회 개최_전교조 대전지부장 여는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