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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Jul 22. 2024

교사와 학생의 ‘적절한’ 관계

https://www.educh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07


최근 대전 지역 중·고등학교들에서 교사와 학생의 부적절한 관계가 다수 적발됐다.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의 선출직 회장이 고등학생 제자에게 보냈던 편지가 공개되어 회장직을 사퇴하는 소란이 일기도 했다. 주위에선 ‘터질 게 터졌다’라는 반응이다. 드러나지 않은 유사 사례가 상당수 존재하리란 예측이다.


이 같은 사건은 아동복지법과 미성년자의제강간죄 등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수년 전 한 교사가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건을 ‘성적 학대’로 보고 유죄를 선고한 판결이 4개월 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가해자는 상호동의 관계임을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당시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심리적 취약상태를 의도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며 ‘피해자의 소극적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최근 불거진 사건들도 같은 맥락의 법적 책임이 따른다.


교육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개월 전 한 학부모는 본인의 자녀와 교사의 부적절한 관계를 교육청에 신고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친한 사제관계일 것’이라며 증거자료 제출조차 요구하지 않았다. 사실이라면 교육청에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피해 학생과 주변 학생들에게 마땅한 치료와 심리 정서 지원이 필요한 건 물론이다.


남은 건 윤리적 쟁점이다. 간혹, 학생이 법적으로 성관계 동의 결정을 할 수 있는 나이라면 교사와 사제관계 이상의 친밀함을 허용할 수 있다는 관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인간의 정서 발달 과정, 교사와 학생의 특수한 관계윤리, 교육에서 권위와 신뢰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학생이 교사에게 품는 특별한 애착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현상이다. 문학, 영화, 대중가요 등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감정전이’(transference)는 이러한 사태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감정전이는 과거에 느꼈던 특별한 감정, 혹은 무의식의 정서를 현재의 다른 대상에게 다시 체험하는 현상이다. 심리 상담 환자들은 대부분 감정전이로 인해 상담자에게 강렬한 애착을 느낀다. 프로이트는 감정전이가 치유의 과정임을 발견하고, 상담자에게 향하는 환자의 애정을 다른 대상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이 전문가의 의무임을 밝혔다.


이와 같은 다양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국 정신과학회는 ‘환자와의 성적인 행동은 비윤리적’이라고 명시한다. 미국 심리학회는 ‘치료 종결 후 2년 이전까지 환자와의 성적 관계를 엄격히 금지’한다.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지침 역시 ‘의사는 진료 관계가 종료되기 이전에는 환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환자와 성적 접촉을 비롯해 애정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한다.


‘교사와 학생’은 ‘의사와 환자’ 이상의 특수한 의존관계를 맺는다. 교사는 학생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교사의 판단하에 학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가르친다. 더구나 환자나 의뢰인과 달리 학생은 법적, 관습적으로 학교를 떠나기 어렵다. 교사는 특수한 의존관계가 형성하는 교육인의 권위, 학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의무, 편애하지 않고 모든 학생을 공정하게 대할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교사의 권위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성된다. 의무와 권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교육 구성원들에게 큰 상처와 곤혹스러움을 남긴 사태지만 이를 계기로 교육계는 한 발 더 성장해야 한다. 선정적 가십의 소비,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는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없다. 필요한 건 열린 토론과 대화다. 인간의 성장과 발달, 교사와 학생의 ‘적절한’ 관계, 교사의 권위와 의무 등을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열린 교육 사회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 글은 '교육언론창'과 '금강일보'에 동시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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