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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Jul 22. 2024

일을 통해

2024. 07. 13.

일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뼈저리게 알아간다. 나의 뚜껑을 열리게 하는 건 허황된 목표, 온정주의, 이념에의 매몰, 현실을 외면하고 궁극의 필살기 따위를 믿는 나이브한 태도 같은 것들이다. 나는 뼛속까지 실용주의자이자 불도저형 인간이기도 하다. 남들이 '왜'라고 물을 때 나는 '왜 안돼'라고 묻는다. '왜 바나나를 삼계탕에 넣어?' 나는 '왜 안돼'라고 묻는다. '지부에서 무슨 국회 토론이야?' 역시 나는 말한다. 왜 안돼.  


손이 크고 일단 가고 보는 성격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만들고, 주위 사람들을 대혼란과 개고생의 길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건 분명 내가 조심하고 반성할 부분이다. 협업 없이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고, 그래서 노동이 평등한 거라고 매일 되뇌이지만. 그래도 더더더 생각하고 고려해야 한다.   


일을 통해 또 하나 느끼는 건, '일 잘하는 사람'과 '품성 좋은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내가 제일 싫은 인간의 모습은, 일은 못하면서 친목만 강조하고, 자연인과 노동하는 인간이 따로 있는 것마냥 뺀질대는 유형들이다. 마르크스는 노동은 생계 수단일 뿐 아니라 삶의 1차적 욕구이자 잠재적 본질의 실현과 확인의 과정이라고 했다. 나는 일 잘하는 사람, 핑계대지 않고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좋다. 일하는 태도가 품성이다. 


'일하기 싫으면 관둬라!'라고 외치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치밀어 끄적인다. (참고로 우리 지부엔 그런 사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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