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8일, 바르셀로나
‘교육하는 즐거움’ 관련해 전화를 몇 통 했더니 왜 여행 가서 자꾸 일을 하냐는 애정 어린 꾸중(?)을 들었다.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사실 내 경우 일과 여행, 쉼이 쉽사리 구분되진 않는다. 뭔가 새로운 일을 벌일 때의 마음가짐과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날 때의 자세가 크게 다르지 않다. ‘에라 모르겠다, 어찌 될지 몰라도 일단 가보자.’ 라는 마음.
반면 공과 사의 구분은 칼 같은 편인 것 같다. ‘…인 것 같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나조차 여전히 어리둥절하기 때문이다. 내게는 당연한 기준이 다른 사람들 혹은 한국 사회에서 당연하지 않다는 걸 업무적인 면에서 지속적으로 깨달았다. 내가 칼 같은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물렁하고 매사 기준이 없는 것인지 판단이 다소 어렵다.
어제는 공공 수영장에 갔다. 개인적으로 시차 적응 기간을 단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다른 나라에서 수영하는 게 그저 좋다. 그동안 소소한 차이에 놀랄만큼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방문한 수영장에는 락커에 잠금장치가 없어서 식겁했다. 개인별로 자물쇠를 준비해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거다. 한국에서 동네 수영장에 갈 때는 휴대폰도 집에 두고 다닐 정도지만, 어제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친절한 할머니 덕분에 겨우 위기를 넘기고 입장해 두 시간가량 실컷 놀고, 숙소로 돌아와 레토르트 미역국을 데워먹고 10시간을 내리 잤다.
정신이 맑아진 상태로 아침을 우걱우걱 먹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여전히,
‘교육하는 즐거움‘이 어디로 갈지,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갈 진 모르겠다. 다만 개인적으로 나는 특정 조직 살리기 프로젝트에는 관심이 없고(물론 참가한 다른 분들 생각은 더 들어봐야 한다), 요즘 생겨나는 다른 조직들처럼 선거 등의 현실 정치를 위한 모임도 아니다.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방향성이 다를 듯하다. 모임의 목표와 방향은 함께 그려갈 부분으로 폭넓게 열려 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안 할지’ 만큼은 명확하다.
내가 남은 인생동안 절대로 안 할 무언가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공적 세계에서 수많은 모순과 부조리를 목격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비판 외의 어떤 목소리나 행동도 구체화하지 않는 것. 책임지는 게 싫어서 어떤 결단도 내리지 못하는 것.
‘교육하는 즐거움’은 무엇에든 열려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만큼은 완전히 닫혀 있다, 라고 적어둔다. 리스본행 야간 열차를 다운 받았다. 바르셀로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