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12. 포르투에서
2025. 8. 12. 포르투에서
사랑의 탄생과 유지를 위해서는 ‘거리감’이 필요하다. 개인 간 사랑은 물론이고 내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틀 전 포르토 거리 테이블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술 취한 듯 보이는 아저씨 두 명이 손을 꼭 붙잡고 걷는 모습을 봤다. 서양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인데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한국에서 불콰한 아저씨들이 손잡고 노래하며 걷는 모습이 그렇게 웃길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그 모습을 떠올리니 아름다울 뿐인 거다. 또 사실 그건 한국 사회가 ‘상대적으로‘ 호모포비아 문화가 약해서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라, 아저씨들이 손을 잡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게 뭐 나쁠 게 있나 싶다. 어제는 엄마뻘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 두 명이 메트로 입구에서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는 노숙자에게 생수병과 빵을 건네며 말을 거는 모습을 봤다. 나도 평생 저렇게 ‘대가 없는 관심과 돌봄‘을 한없이 받아왔다. 종종 주책맞게 느껴졌던 엄마의 오지랖도 난데없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모든 게 감사하다. 지긋지긋하고 때로 혐오스럽고 벗어나고 싶은 모국이지만 ‘멀리서 보면 ‘ 확실히, 한결 애틋해진다. 어떻게 보면…전교조란 조직도 내가 너무 가까워지지 않았다면 지금과 다른 감정을 품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대전지부 사람들에 대해서라면 지금도 애정과 온기를 느낀다. 특히 나와 실장님이 너무 힘들었을 때, 우리 상태를 누구보다 걱정해 주고, 우리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 (욕 먹어가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치킨집에 데려가서 닭똥집을 사주고, 아무런 대가 없이도 궂은일을 도와주던 전임 지부장들을 보면서 ‘아뿔싸 나도 도망가긴 글렀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ㅎㅎ 다른 지역은 모르겠고, 적어도 대전지부 전 지부장들은 구한말 태어났다면 반드시 독립운동을 했을 올곧은 사람들이다. 생각과 성향이 달라도, 영원히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을 느껴도, 결국 존중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오늘 집 떠난 지 17일 만에 처음으로 젓가락을 잡았는데,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에 순간 전율했다. 가족에게 줄 선물로 포르토 와인을 한 병 샀고, 인공지능의 거짓말과 윽박질 사건에서 받은 충격이 가시지 않아, 언어학자 김성우 선생님의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 쓰기를 어떻게 바꿀까‘를 다운로드했다. 포르토에서 마지막 밤이다. 평소 술을 전혀 안 마시는데, 맛있어 보여서 샹그리아에 입을 댔다가 홀딱 빠져서 매일 야금야금 마시고 있다. 한국 돌아가면 사람들, 특히 여자 동지들과 샹그리아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싶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진 채로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