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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육

통신문 등(바다가 보이는 마을..)

2025. 9. 7.

by 김현희

우리 반의 2학기는 전반적으로 순풍 속을 항해 중이다. 우선 학생들이 차츰 적응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나 역시 학생들 특성에 맞추어 수업 방법과 생활지도 방법을 조율한 덕분인 듯하다. 1학기에는 학생들 언어 습관이 지나치게 거칠어, 당분간은 친구들끼리도 존댓말을 쓰기로 했었다. 최근 학급 회의를 통해 다시 반말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솔직하면서도 폭력적이지 않은 말’, ‘격의 없으면서도 예의와 존중이 담긴 말’이 무엇인지 5학년 눈높이에서 진지하게 대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1학기 내내 잦은 다툼에 지쳐 있었는데(솔직히 나부터 폭발 직전이었다), 요즘은 싸움 빈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생각해 보면 나 자신도 언제나 처음부터 누구를 만나도 원만하게 지내는 유형의 사람은 아니다. 시작할 땐 맞춰가는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생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좋은 관계로 나아가 끝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둘째도 딸이 태어나자 내 탄생일이 잔치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결국은 나름의 개성과 방식대로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과 애정을 나누고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니 지난 1학기는 (누가 봐도 고집 있는) 선생과, (소문이 자자한) 에너지 넘치는 학생들 모두에게 쉽지 않은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엊그제는 간만에 보호자들께 짧은 편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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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2반 학부모님들께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 잘 보내셨는지요? 2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3주가량 흘렀습니다. 2학기 들어 우리 반 아이들은 학습 태도와 생활 모두에서 긍정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수업 집중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매일 ‘다섯 문단 쓰기’, ‘자세히 쓰기’ 활동을 통해 생각을 구조화하여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글쓰기 역량이 부쩍 늘어난 모습에 저도 놀라고 있습니다.


또한 1학기에는 사소한 다툼이 잦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2학기 들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성숙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늘었습니다. “고마워”, “미안해”와 같은 말을 수시로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며 관계를 회복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아침 시간을 이용한 리코더 합주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직접 고른 ‘바다가 보이는 마을’을 연주하고 있는데, 정말 아름다운 곡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수학 1단원 「수의 범위와 어림하기」 단원평가를 실시합니다. 주말 동안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지를 숙제로 내줬고, 토요일 저녁 8시에 하이톡으로 정답지를 발송할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채점한 뒤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도록 일러두었습니다. 혹시 하이톡 접속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를 대비해, 학부모님께도 자료를 함께 보내드립니다. (첨부 이미지 확인 바랍니다)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이 글을 쓰다 보니, 무덥던 여름과의 작별이 문득 아쉽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하루하루 자라나는 모습도 ’어느새 이렇게 훌쩍 자라나는구나!‘ 싶어 마음이 뭉클하네요.


우리 5학년 2반 학부모님들 모두 주말 편안히 보내시길 빌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담임 김현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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