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메가박스에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보러 갔다. 상영 시작 5분을 앞두고도 검표 직원이 오지 않아 매점 직원에게 그냥 들어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직원은 대뜸 말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보러 오신 거죠?” 예약한 사람이 나뿐이라 알아서 들어가면 된단다. 저녁 시간이 애매해 주머니에 사과와 군것질거리를 빵빵하게 채워왔던 참이라 신나게 뛰어들었다. 보는 내내 행복했다. 요즘 쏟아지는 넷플릭스 영화는 영화 같지 않다. 호불호를 떠나 내 기준 '이것들은 영화가 아니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문화 자체가 소멸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싶었던 참인데 오래간만에 진짜 극장용 영화를 봤다. 막눈인 내가 봐도 질감과 포맷이 달라 찾아보니 35mm 필름과 비스타비전(VistaVision) 촬영이란다. 감독인 폴 토마스 앤더슨이나 디카프리오는 나로선 '같이 자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나이 차도 제법 있고 그들이 내 존재를 알리도 없지만; 97년 부기나이트 이후 언제나 곁에 있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든든하고 장엄하게 자랐다. 나도 누군가에게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어차피 사람도 없을테니 치킨 사서 같이 가자고 옆 사람 꼬시는 중이다. 꼭 보세요 극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