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7.
작년 3월에 이사했지만, 본격적인 동네 탐험은 요즘에야 시작됐다. 복직하며 학교를 옮기고 집을 정리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여름방학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행을 떠났었다. 이번 겨울방학에 들어서야 점심시간마다 무엇을 먹을지 궁리하는 여유가 생겼다.
예전에 작정하고 배달앱을 탈퇴해 지워버렸다. 매일 점심밥을 찾아 동네로 나선다. 오늘은 걸어서 5분 거리의 백반뷔페집에 들어갔다. 보리밥에 미역국, 나물과 오이소박이, 제육볶음까지. 자극적이지 않고 포근한 맛에 잠시 수저를 내려놓고, 지부에서 일할 때 늘 점심을 함께 먹던 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대단한 식당을 찾았어요!“
세 접시를 먹어 치우고 경건하게 식탁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부부로 보이는 식당 주인에게 잘 먹었다고 90도 인사를 했다. 눈을 맞추고 제대로 인사를 건넸을 뿐인데, 이상하게 하루가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배달앱을 지우고 편리함은 잃었지만, 얻은 것이 더 많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풍경, 분주한 설거지 소리, 학기 중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낮의 동네 풍경들, 엄마가 만드는 삼삼한 음식들의 기억, 지지고 볶고 일하다 싸워도 밥 한끼는 꼭 함께 먹던 사람들과의 추억. 과연 장사가 될까 싶었던 식당이 점심시간마다 동네 사람들로 가득 찬 장소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의 신기함, 소비자가 아닌 주민으로 사는 기분, 세계와 직접 접촉하는 감각이 좋다. 배달앱 지우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