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문

누가 더 좋아

by 김현희

나와 배우자의 주요 논쟁 거리 중 하나는 조카 범준이가 고모와 고모부 중 누구를 더 좋아하느냐는 문제다. 물론 서로 자신을 더 좋아한다고 주장한다.


내 쪽의 근거는 이렇다. 범준이는 말도 못 하던 아기 시절에도 우리를 발견하면 언제나 나를 향해 먼저 달려왔다. 만 4세인 지금도 가족 식사 자리에서 ”나는 고모 옆에 앉을 거야!“라고 선언한다. 고모부가 이상한 노래를 부르거나 장난을 치면 내게 달려와 고자질 비스름한 것을 하기도 한다.


고모부의 주장은 다르다. 범준이가 피곤해지면 꼭 본인에게 안아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목마를 태워달라거나 다리 사이로 파고들고, 팔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건 분명한 선호의 표시라고 주장한다. 내가 그건 단지 내 근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반문했더니, 급기야 범준이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우긴다.


누군가 ”둘 중 누가 더 좋아?“라고 물으면 범준이는 언제나 ”둘 다!“라고 대답한다. (나는 그런 질문 좀 하지 말라며 질색하지만.) 본인 부모에 대해서도 그렇게 답하지만, 누가 봐도 엄마를 더 좋아하는 게 역력해서 신뢰할 수 있는 대답은 아니다.


솔직히 범준과 나 둘만 있을 때 물어보면 백 퍼센트 나라고 대답할 것 같지만, 어른 된 윤리적 도리상 차마 묻지 못하고 영원한 비밀로 남겨둔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기억 못 할 소소한 이야기, 추억 삼아 적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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