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하지도, 동정하지도 않기
2019년 여름 미국 여행길에서 다큐 영화 '에이미'Amy(2015)를 봤다. 한국 넷플릭스에는 없었는데 미국에 가니 리스트에 떠서 이때다 싶었지만, 언론이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소비하는 상투적 방식의 긴 버전이 아닐까 싶어 망설이기도 했다. 영화가 끝나고는 엄습해오는 불안함과 애잔함에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기억이 난다.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의 균형감각과 공감능력,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은 거의 곡예사 수준이다. 이 다큐 영화는 천재적 재능과 자기 파괴성이라는 쉬운 클리쉐를 만들거나, 교훈적으로 훈계하거나, 심지어 에이미의 인생을 끝장내다시피 한 두 남자(아버지와 남편)를 간단히 비난하지도 않는다. 7살 어린 소녀가 아닌 이상 모든 책임을 외부로 돌릴 수 없으니까. 대상을 비난하거나 동정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애정을 잃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하려는 노력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박 겉핥기식의 서사가 되지 않으려면 과단성과 용기도 필요하다. 카파디아 감독은 이 모든 걸 해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죽은 2011년 여름에도 나는 여행 길에 있었다. 그때 들었던 한 영국인의 거친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그 중독자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지. 뭘 기대해? 재능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냐고. 멍청한 정키...” 나는 그게 꼭 틀린 말은 아니라도 저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나 막연히 생각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특히 그녀가 죽기 얼마 전 녹음했던, 어린 시절부터 우상이었던 재즈뮤지션 토니 베넷과의 듀엣 장면을 보고 나서, 나는 2011년에 못했던 말을 하고 싶어졌다.
"천재 뮤지션들이 죽고 나서 모이는 천국에서 에이미는 꼭 이런 모습으로 노래하고 있겠지. 그리고 너는 그곳에 입장하지 못할거야."
https://www.youtube.com/watch?v=_OFMkCeP6ok
Tony Bennett, Amy Winehouse - Body and Soul